[김영민의 생각의 공화국] 당신에겐 견뎌내고 싶은 고통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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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공양 ‘등신불’의 충격 소설 ‘등신불’에는 만적 스님이 왜 소신공양을 하게 되었는지, 소신공양을 하게 된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주인공은 어떤 감상에 휩싸이게 되는지에 대해 부연하고 있지만, 내 어린 마음에 충격이었던 것은 그러한 등신불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였다. 그들은 그 심한 고통을 대체 어떻게 견뎠단 말인가. '그들은 그 심한 고통을 대체 어떻게 견뎠단 말인가'가 아니라 '그들은 어떻게 고통을 심하게 느끼지 않을 수 있었나'로.

유달리 피부가 고와서일까. 나는 뜨거운 것을 만지는 일에 취약하다. 남들은 잘도 쥐는 뜨거운 냄비도 내게는 불덩어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라면 끓일 때도 진지한 소방관의 자세가 된다. 이런 나에게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은 충격이었다. 중고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은 대부분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않았지만, ‘등신불’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자기 몸을 스스로 태우는 소신공양은 실제로 존재했다. 1963년 5월 29일 베트남의 틱꽝득 스님이 응오딘지엠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취지에서 소신공양을 감행한 일은 제법 널리 알려져 있다. 저항정신을 앞세운 미국의 밴드 레이지어겐스트더머신이 1집 앨범 재킷에 틱꽝득 스님의 소신공양 사진을 실었기에 그 이미지는 더욱 널리 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6월 27일에 태고종 충담 스님이 소신공양했다고 알려져 있고, 2010년 5월 31일 조계종 문수 스님이 사회적 메시지가 가득한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했을 때도 관련 신문 기사를 접한 기억이 있다.

콜로라도에 있던 다른 한명의 건설 노동자는 네일건을 가지고 못을 박던 와중에 못이 그만 반대방향으로 발사되는 일이 일어났다. 그 순간 그는 못 하나가 그를 지나쳐 날아가 건너편 벽에 박히는 것을 보았다. 그 당시 그는 두통과 치통을 경미하게 느끼기는 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6일 동안이나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다. 6일 만에 그 가벼운 치통을 처리하기 위해 치과에 들르자, 치과의사는 검진 결과 4인치짜리 못이 그의 얼굴에 박혀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어떻게 그는 못이 자기 얼굴에 박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었을까. 얼굴에 못이 박혔는데 어떻게 심한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을까. 못 하나가 스쳐 날아가 건너편 벽에 박혔다는 시각 정보를 접수한 그의 뇌는, 못이 그의 얼굴에 박히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따라서 대단한 고통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결정’한 것이었다.

실로 인류 문명사의 상당 부분은 고통을 다루어온 역사이기도 하다. 로마의 영웅들은 영웅됨을 드러내기 위해 고통을 기꺼이 감내했고, 중세 수도원 사람들은 속죄를 위해 고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기까지 했다. 고통의 회피와 쾌락의 추구를 긍정했던 에피쿠로스와 루크레티우스의 사상이 어떻게 유럽문화 속에서 억압되었는지를 추적한 영문학자 스티븐 그린블랫은 이렇게 말한다. “서구 역사에 나타난 엄청난 문화적 전환의 하나는 바로 이것, 고통에의 추구가 쾌락에의 추구를 누르고 승리한 것이다.” 이것이 어디 서양만의 일일까. 고통의 회피와 쾌락의 추구를 대놓고 설파한 고대 중국의 양주 사상은 오랫동안 ‘이단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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