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셰프테이너 홍신애 셰프는 말맛, 글맛 좋기로 유명하다. 방송에서 그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음식 이야기는 언제나 감칠맛 난다. 그가 쓴 ...
원조 셰프테이너 홍신애 셰프는 말맛, 글맛 좋기로 유명하다. 방송에서 그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음식 이야기는 언제나 감칠맛 난다. 그가 쓴 책만도 벌써 열 권이 넘는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던 그는 결혼 후 미국 생활 중 온라인 커뮤니티에 요리 이야기를 올리다 어느덧 ‘셰프 인생’이 시작됐다. 그의 손맛과 감각은 유행을 이끌며 늘 화제를 모았다. 당일 도정한 쌀로 지은 정갈한 한식 밥상을 내는 ‘쌀가게’, 시간대별로 갓 구운 빵만을 파는 ‘홍신애 빵집’, 매일 혹은 매주 식재료에 맞춰 메뉴가 바뀌던 이탈리안 가정식 레스토랑 ‘솔트’까지.
그리고 올해, 그는 다시 새로운 테이블을 차렸다. 서울 시내 최초로 생기는 도심형 자연휴양림 수락휴의 레스토랑 ‘씨즌서울’을 운영한다. 수락휴는 노원구가 수락산 동막골에 조성해 오는 7월 개장할 휴양시설이다. 지상 10m 높이의 나무 위에 자리잡은 객실, 천장으로 밤하늘이 펼쳐지는 객실 등 자연친화적 힐링공간을 지향한다. 이곳의 유일한 레스토랑 ‘씨즌서울’에선 산지에서 직송한 신선한 재료들로 차려내는 홍신애표 쌈밥을 선보인다.도심형 자연휴양림 수락휴서 새 레스토랑 ‘씨즌서울’ 운영“좋은 식재료로 맛있는 한 끼를 차려낸다는 건 변함없죠. 정갈하고 건강한 밥상을 내놓는, 일본 료칸 개념과 비슷한 공간을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는데 우연하게도 노원구와 인연이 됐지요.”“편의상 쌈밥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굳이 한식, 양식으로 구분 짓지는 않았어요. 자연 속에서 만나는, 일상의 가치 있는 한 끼죠. 매일 쌀을 도정해서 밥을 짓는 건 기본이고요. 밥상에서 밥이 제일 중요하거든요.”“주요 메뉴는 1만9000원이에요. 제일 비싼 게 2만2000원이고요. 가격 접근성이 좋은 이유는 임대료가 없어요. 이게 엄청난 거죠. 좋은 재료에 비싼 임대료까지 감당하면서 저렴한 음식을 내는 건 불가능하죠.” 고품질의 음식을 내는 식당들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는 많다. 홍 셰프도 흐름을 선도해 왔지만 소위 ‘대박’을 내는 수완 좋은 경영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재료에 관한 한 타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 포진한 생산자들과 든든한 인연은 그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다. ‘씨즌서울’ 매장에 비치되는 ‘농장직송 재료 이야기’라는 리플릿에는 재료별로 생산자들의 이야기가 캐리커처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오랜 시간 저와 함께해 오신 분들이죠. 재미있는 사연들도 많아요. 별생각 없이 먹었다가 그 맛에 홀딱 반해서 찾아간 된장 장인도 있고, 여행 갔던 제주도 길옆에 있던 양배추밭을 보다 만나게 된 농부님도 있죠. 화천 청정 지역에서 희귀한 산나물을 키워내는 농부님 손을 보면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절로 들어요.” 그런 그가 유일하게 국내산 대신 고른 게 있다. 바로 호주 청정우다. 재작년 번아웃이 심하던 때 우연히 떠난 호주 여행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곳에서 끝없이 펼쳐진 들판 위를 뛰노는 강아지 같던 동물이 사실 송아지였다는 것. 그 충격과 감동이, ‘맛있는 고기’에서 ‘행복하게 자란 고기’로 그의 기준을 바꿔놓았다. “광활하고 깨끗한 자연에서 뛰어노는 소들을 생전 처음 보았고 그때 생각했어요. 그전엔 맛있는 고기를 찾는 게 우선이었는데 행복하게 사육된 건강한 고기에 관심을 두게 된 거죠. 건강한 재료를 맛있게 요리하는 게 요리사의 의무잖아요. 그동안은 거꾸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반성이 됐지요.” 내친김에 호주 청정우 홍보대사로 나섰다. 소고기와 잘 어울리는 식재료 농장을 탐방해 펼치는 유튜브 채널 요리쇼 은 홍신애의 진가를 보여주는 콘텐츠로 인기를 얻으며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함양파, 돌배 등 이색적인 식재료 소개부터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팁까지 쏠쏠한 정보도 많다.“기술, 아이디어, 창의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지만 전 의지와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셰프는 사람을 살리기도, 죽일 수도 있거든요. 누군가가 먹는 음식을 만드는 거잖아요. 눈앞에 있는 한 끼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것도 매 끼니 그 생각을 잊지 말고 이어가야 한다는 거죠.”“저희 팀 오랫동안 같이 일하고 있어요. 물론 힘들다고들 해요. 그럴 때마다 질문을 던져봐요. 내가 받고 싶은, 내가 먹고 싶은 그런 밥상인가. 답은 분명해요. 전 음식을 통해 아이를 살려봤잖아요.”그의 둘째 아들은 호르몬 분비 관련 희귀질환을 안고 태어났다. ‘돌도 못 넘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아이는 특수 분유를 제외한 어떤 음식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식재료와 요리법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눈물 바람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였던 아이는 두 돌을 넘기며 조금씩 건강을 찾아갔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엄마 홍신애의 요리가 셰프 홍신애로 이어진 셈이다.“저는 제가 모르는 건 먹지 않아요. 내가 무엇을 먹는지 늘 생각하고 살피죠. 요즘은 조금만 신경 쓰면 어디서 어떻게 오는 식품인지 파악할 수 있잖아요.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알고 있다면 삶의 질과 만족도가 높아져요. 그게 에너지를 주는 기본이거든요.”“비싼 게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제대로 만든 음식이라면 쌀 수가 없어요. 그 가격인 이유가 있거든요. 식품을 찾을 때 너무 가성비만을 기준으로 삼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부모님이 지금까지 약국을 해오시는데 저는 영양제 하나도 안 먹어요. 제가 워낙 밥을 잘 먹잖아요. 굳이 필요없다셔요. 체격과 체중이 있는 편인데도, 제 나이에 흔한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이 전혀 없어요.”“아들 둘 다 요리를 곧잘 해요. 특히 둘째는 ‘요리를 업으로 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아직은 가능성 정도지만, 만약 그 길을 택한다면 기꺼이 밀어줄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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