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북대 학생 김상천 “기성세대와 달라...공론의 장 열었다”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 대학생들이 광주로 향한다. 1980년 5월 군사독재에 맞섰던 5.18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그 중심에는 대구 지역 경북대 학생인 김상천씨가 있다. '여정남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 학생위원장인 김씨는 경북대 선배인 여정남 열사 50주기와 5.18 45주기를 맞아 대학생 참가자를 모집해 함께 오는 17~18일 '광주 민주주의 기행'을 떠날 예정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러 대구에 와서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유신독재자 박정희를 기릴 때, 대학생들은 그 유신독재에 맞서 싸운 여정남 열사를 기리며 광주로 향하려는 것이다. 올해 5.18 기념일은 비상계엄 선포로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른 '내란 수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 처음 맞는다. 그만큼 5.18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지금 이 시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열사가 했던 이 질문은 오랜 시간을 거쳐 지금의 대학생들에까지 이어졌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를 비롯해 경북대를 중심으로 대구권 대학생 30여 명이 5.18 기념일을 맞아 함께 광주로 떠나는 이유다."아무래도 대구·경북 지역이 5.18 민중항쟁을 비롯해 우리 사회 민주화와 관련해 좀 보수적이고,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가 만연하지 않나. 보수적인 것을 넘어 극우적인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에서 대학생들이 민주주의의 의미를 고민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나름 큰 규모로 광주를 찾는 건 서울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 광주를 가는 것에 비해 훨씬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영남의 가해, 호남의 피해라고 하는 서사도 분명하게 존재하는 게 사실인데 그런 측면에서 지역 차별이나 지역 갈등을 우리 세대에서 해결하고자 의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대학생들은 광주를 찾아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 역사 기록관, 전일빌딩, 전남대 등을 방문하고 5.18 기념행사 전야제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또 5.18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생존인물을 만나 담화를 나눌 예정이다.김씨가 광주를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처음 광주를 찾았던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국면 때였다. 김씨는 그 당시 중학생이었다. "그땐 학교에서 한국사 시간에 배웠던 일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게 됐고, 우리가 지금 자유롭게 투표를 하고 자유롭게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우리가 원하는 사람으로 뽑을 수 있게 된 건 많은 사람들의 어떤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란 걸 많이 느꼈다. 그때 느꼈던 게 제가 지금까지도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책임 의식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 거 같다." 그리고 3년 전, 김씨는 또 한번 개인적으로 5.18을 맞아 광주를 찾았다. 하지만 올해는 혼자가 아니다. 버스 한 대는 빌려서 가야 할 규모로 커졌다. 그 사이에 큰 변화가 생겼다. 그 배경으로 김씨는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공론의 장을 꾸준히 만들어 온 노력의 성과라는 점이다. "그동안 대구·경북과 경북대에서 3년 동안 사회 문제에서부터 지역 문제, 학내 문제까지 폭넓게 그리고 열심히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해왔다. 얼굴과 이름을 모두 공개하면서 대자보도 붙이고 토론회도 열고 포럼도 열고 책 모임도 만들고 동아리도 만들었다. 그 결과 채상병 특검법 문제부터 시작해서 대구 지역의 최저임금과 노동권 문제, 지역소멸 문제, 그리고 경북대·금호공대 통폐합 문제, 학내 대학 평의원회 문제, 총학생회 부재 문제까지 폭넓게 공론장을 만들어 왔던 데에서 성과가 있었다.""우리 사회가 아무리 정말 정쟁이 심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절차적 민주주의는 흔들림없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이 이번에 깨졌다. 다른 지역에서 우리 지역으로 왔거나 혹은 민주주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깊었던 친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5.18을 맞아 광주에 가야겠다는 마음을 굳건하게 가지게 됐다고 생각한다."실제 대학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광주 민주주의 기행에 신청한 것일까. 김씨는 신청서를 훑어봤다. 대학생들은 민주주의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는 듯했다. "계엄 이후 6개월 만에 가는 광주라서 많이 떨리고 그곳에 반응도 궁금하다. 계엄의 소식을 또 접했어야 할 광주시민들은 얼마나 떨리고 무서웠을까.""민주주의를 지키고 기억하고 있는 광주를 방문해보고 싶다.""이번 기행을 통해 평범한 시민들의 저항 운동의 역사 속에서 광주를 바라보고 광주의 정신을 통해서 우리의 미래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절차적 민주주의가 87년 이후에 만들어졌는데 그 이후에 민주주의라는 것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망각한 건 아닐까. 끊임없이 기억하려고 하는 그 힘이 중요한 것 같다." 김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부터 학내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를 벌였다. 그런 만큼 윤석열 탄핵, 그리고 조기 대선까지 이른 지금의 상황에 대해 소회가 남다르다.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를 벌일 때는 윤석열이 잘못한 게 많아 비판은 받아야 하지만 퇴진해야 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되게 불안하기도 하고 내 생각이 잘못된 건가 하는 생각도 사실 들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계엄을 터트리는 막장 행보를 보이고 결국 파면까지 됐다. 그때 윤석열 정부의 행보를 비판했던 목소리가 의미있게, 위대한 국민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그 보수적인 지역에서도 당시 182명의 학생들이 시국선언에 연서명을 해줬고, 어떤 성향이든 관계없이 공론의 장을 열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많은 학우들이 응원을 해줬다. 국민의힘의 일률적인 정치구도에 대한 대구·경북 대학생들의 불만이나 아쉬움이 많이 있었다. 이를 공론의 장으로 올린 게 의미가 있었다."지역갈등 심한 기성세대와 다른 청년세대"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보수란 무엇일까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더라.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보수를 대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극우적인 행보를 옹호하는 정치 풍토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있다. 이전보다는 진중하게 가치 중심으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대구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하는 게 쉽진 않았다. 처음에는"종북","빨갱이"라는 혐오적인 말도 많이 들었고, 그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무작정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에 위축되지 않고 꾸준히 공론의 장을 열어나가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고 김씨는 말했다. "책임있는 자세로 대자보도 붙이고, 누가 조롱하면 조롱하지 말고 비판을 하라며 꾸준히 댓글도 달고, 반박이 들어오면 거기에 대해서 성심성의껏 다시 반박을 했다. 다른 것보다도 공론의 장을 여는 것이 무척 소중하다는 걸 많이 강조했다. 또 단발성으로 행사를 하거나 정당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경북대 학생들이나 대구·경북 청년들이 문제라고 느낄 만한 사안들에 집중하면서 활동했다. 예를 들면 대구 편의점 최저임금 미준수라든가 열악한 대학생 노동실태, 경북대·금호공대 통폐합 문제에 관해 꾸준히 관심을 보이며 우리의 주장을 해온 결과 나름의 고유의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는 거 같다."김씨는 '희망'을 봤다. 그는"말이 통하는 진보, 나랑 생각은 다르지만 행보를 응원하고 싶은 진보, 이렇게 점점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대구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대구에도 10월항쟁과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 가창댐 학살, 4.9 인혁당사건처럼 사회 민주화를 위해서 열심히 투쟁했던 역사가 있다. 그런데 이게 지역의 서사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가슴 아픈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대구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대학생 당사자로서, 대구에도 대한민국 공동체가 현재에 이를 수 있도록 열심히 투쟁했던 선배들의 역사가 있다는 것을 다시 주목받게 만들고 싶다. 앞으로 대구의 민주화운동 역사를 톺아보는 보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이번 대선에서 민주헌정질서를 회복할 확실한 단초를 놓았으면 좋겠다. 또한 산적한 사회 문제들을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열었으면 좋겠다. 불법계엄을 아직 처벌하지 못했고, 불법계엄에 준동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처벌할 사람은 제대로 처벌하고, 고쳐야 할 구조와 제도는 확실히 고쳤으면 좋겠다. 인구소멸, 지역소멸, 불평등 등 산적한 문제가 많은데, 이를 제대로 논의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이충재 칼럼] 선거판에 난입한 '조희대 대법원''내란 수괴' 윤석열이 낙점한 대법원장이 주도한 이재명 파기환송...내란 사태 대법원의 '윤석열 봐주기'와 대조
Read more »
[속보]법원, 윤석열 ‘불법계엄’ 직권남용 추가기소도 지귀연 재판부에 배당법원이 12·3 불법계엄 선포와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추가 기소된 직권남용 혐의 사건을 기존에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재판이 진...
Read more »
'내란 잔당'이 준동하는 지금, '5.18 광주'를 찾는 분들에게이달 18일은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일이다. 100주년이나 50주년까지는 아니어도, 45주년은 44주년이나 46주년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광주광역시와 5.18 기념재단 등 관련 기관에서도 예년과 다른 다채로운 45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며 추모객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전국에서 온 추모객들로 해마다 오월 광주는...
Read more »
윤석열, 다음 재판 땐 ‘지상 출입구’로 법원 출입한다윤석열 전 대통령이 다음 주 열리는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형사재판에 ‘지상 출입구’를 통해 출석한다. 앞서 열린 두 번의 재판...
Read more »
윤석열의 첫 공개 출석, “대통령!” 외치며 눈물 흘린 지지자들···법원도 경찰도 ‘초긴장’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중앙지법에 처음으로 공개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원 인근과 ...
Read more »
민주당 “윤석열 재판 지귀연 판사, 수차례 술접대 받아” 주장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재판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가 유흥주점에서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고 14일 주장했다...
Read mor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