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 | 문화스포츠부장 김명곤으로부터 초대장을 받았다. 영화 ‘서편제’의 그 배우는 아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듣고 보면 많은 이들이 “아하!” 할 그 사람, 그 김명곤이다. 어릴 적 ‘가요톱텐’이란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즐겨
‘케이팝 슈퍼노바, 김명곤으로부터’ 전시회에 걸린 김철규 작가의 작품. 김명곤 작·편곡 노래를 부른 가수들 이름으로 김명곤의 얼굴을 형상화했다. 서정민 기자김명곤으로부터 초대장을 받았다. 영화 ‘서편제’의 그 배우는 아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듣고 보면 많은 이들이 “아하!” 할 그 사람, 그 김명곤이다. 어릴 적 ‘가요톱텐’이란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즐겨봤다.
요즘 순위 프로에서 어떤 노래가 1위인지는 해당 가수 팬들 말고는 아는 이가 드물지만, 그때 ‘가요톱텐’ 1위는 온 국민이 다 아는 히트곡이었다.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 김승진의 ‘스잔’, 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 나미의 ‘빙글빙글’, 정수라의 ‘환희’…. 1980년대 중반 이 수많은 히트곡들에 공통분모가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모두 작곡가이자 편곡가 김명곤의 손을 거친 노래라는 사실을 말이다.1952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김명곤은 전주공고 관악부에서 음악을 익혔다. 피아노, 색소폰 등에 능한 그는 졸업 뒤 밤무대에서 활동하다 만난 동료들과 밴드를 결성했다. ‘사랑과 평화’ 초대 키보디스트로서 ‘한동안 뜸했었지’ ‘장미’ 등 히트곡에 일조했다. 2집 이후 밴드를 나온 그는 가요 편곡가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이 시절 그의 손에서 수많은 히트곡들이 탄생했다.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모든 히트곡의 60%는 김명곤과 관계가 있다”는 가수 구창모의 증언이 과장만은 아니다. 1980~90년대 ‘가요톱텐’에서 그가 작곡 또는 편곡한 노래가 1위를 차지한 기간은 무려 89주나 된다.김명곤은 특히 편곡에서 천재적인 솜씨를 발휘했다. 작곡이 몸체를 만드는 거라면, 편곡은 옷과 장신구로 꾸미는 행위다. 건축으로 치면, 작곡이라는 골조에 외벽을 세우고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다. 전주와 간주도 편곡의 영역이다. 편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노래의 인상이 확 달라진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김형석은 “작곡은 아이를 낳는 것이고, 편곡은 그 아이에게 옷을 입히는 것이다. 어떤 옷을 입히느냐에 따라 왕이 될 수도, 거지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김명곤이 편곡하면 전주부터 달랐다. 그가 작·편곡한 정수라의 ‘환희’ 하면 “이젠 나의 기쁨이 되어주오” 하는 후렴구보다 “빠밤빰바 빠밤” 하는 브라스 전주가 먼저 떠오르곤 한다.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의 신승훈은 김명곤이 만든 피아노 전주를 듣자마자 너무 좋아서 웃으며 ‘내가 만든 노래가 이렇게 변하는구나’ 감탄했다고 한다. 김명곤은 발라드, 록, 트로트, 레게, 펑키, 이디엠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세련된 옷을 입혔다. 김형석은 “모든 장르의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를 가진 인물”이라고 평했다. 김명곤은 150여곡을 작곡하고 1300여곡을 편곡한 것으로 공식 기록돼 있지만, 비공식 편곡까지 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 김명곤은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49살이었다. 하지만 짤막한 부고 기사 외에 별다른 조명은 없었다. 가수이자 프로듀서 윤상은 “한국 대중음악의 품격을 엄청나게 높여주신 분인데, 돌아가셨을 당시 제대로 기리는 매체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울컥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본격 조명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전주방송 라디오에서 지난해 말 방송된 4부작 다큐멘터리 ‘슈퍼노바 김명곤’이다. 이는 올해 한국피디대상, 한국방송대상 등에서 작품상을 받았으며, 프로그램을 확장한 특별전 ‘케이팝 슈퍼노바, 김명곤으로부터’가 오는 6일까지 서울 성수동 팝업 전시 공간 ‘성수나무’에서 열리는 중이다.초대장을 받고 지난달 30일 찾아간 개막식 현장은 조촐하면서도 창대했다. 유가족과 생전 음악 동료·후배들이 모여 고인을 진심으로 기렸다. 김명곤은 살아서도 당대 스타들을 비추는 큰 별이었지만, 사라지면서 더욱 광대한 빛을 내뿜는 슈퍼노바가 됐다. 그 빛 아래서 우리는 케이팝 전성시대를 맞았다. 이 글은 뒤늦게 그 빛을 감지한 나의 반성문이자 때늦은 헌사다. ‘슈퍼노바 김명곤’은 현재 유튜브에서 오디오 버전으로 들을 수 있다. 가수들의 과거 무대와 인터뷰 영상을 더한 버전도 있지만, 다른 방송사 자료화면 이용료 문제로 전시회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언젠가 영상 버전도 유튜브나 오티티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슈퍼노바’ 김명곤으로부터 온 초대장 [뉴스룸에서]](https://i.headtopics.com/images/2025/11/4/hanitweet/821649800541404994235-821649800541404994235-72D72C429455104D7E45E718DF20832F.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