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합의 내용, 한국 관세 협상 ‘기준선’으로 작용할 듯 일본 ‘깜짝 합의’로 미국 공동대응 가능성 사라져
일본 ‘깜짝 합의’로 미국 공동대응 가능성 사라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23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무역합의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 X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발효일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정부가 미국과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미국과 관세합의를 타결하면서 한미 간 협상의 '기준선'이 그어진 분위기다.
전문가들도 일본의 관세 합의로 미국 관세에 대한 '국제 공동대응' 전략이 무너졌다고 평가하면서, 일본과 비슷한 조건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미국과 일본은 지난 23일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서한으로 통보한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앞서 7번의 고위급 협상에서도 진전된 내용이 나오지 않다가 8번째만에 갑작스러운 합의 소식이었다. 특히 이번 합의에서 그동안 미국이 협상조차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에 대한 25% 품목관세는 12.5%로 절반이 됐다. 기존 일본 자동차에 부과되던 최혜국 관세 2.5%와 더하면 15%가 부과된다.일본이 민감하게 여기는 쌀 수입의 경우, 일본 정부는 의무수입량인 MMA 쌀 수입량에서 미국산 쌀의 비중을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MMA 쌀은 77만톤 정도의 총량과 주요 쌀 생산국의 비중을 정하고 수입해 왔다. 이 중 미국산 쌀의 수입 비중은 45%인데 이를 75%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외국산 쌀의 전체 수입량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미국산 쌀 수입량을 늘릴 수 있게 된다.다만 수입되는 미국산 쌀 중에서도 주식용 쌀의 비중을 더 확대한다고도 알려졌다. 이에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일본 쌀 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합의 내용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특히 5,500억달러 대미투자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과 일본이 상반된 설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일본이 내놓는 5,500억달러에 대한 투자처 등을 자신들이 결정하고, 투자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며 아주 유리한 조건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백악관은 팩트시트를 통해"일본은 미국의 주도로 5,5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 자금은 미국의 전략 산업 기반 활성화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해당 자금의 투자처로 △LNG 등 에너지 인프라 및 생산 △반도체 연구와 제조 △희토류 채굴 및 정제 △의약품 △조선업 등을 꼽았다. 반면 일본은 5,500억달러라는 액수가 '상한선'이라는 입장이다.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대면하고 협상을 타결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정·재생상은"국제 협력 은행 등 일본의 정부계 금융기관에 의한 출자나 융자, 융자 보증의 상한액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5,500억달러를 모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상한선일 뿐이며, 일본 기업, 혹은 미국과의 합작 회사에 대한 출자, 융자를 통해 투자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주장하는 '미국이 수익 90%를 갖는다'는 조건도 미국 내 재투자를 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5,500억달러 투자'를 놓고 양국의 입장이 엇갈리는 이유는 아직 해당 내용에 대해 협의할 부분이 남아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8일 영국과 무역합의 사실을 밝혔지만,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6월 15일에야 나온 바 있다. 만일 일본 측 주장대로 최종확정된다면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에 대한 융자 및 보증 상한액을 확보하는 정도로 크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양보한 것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5,000억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일본 소프트뱅크가 출자하는 액수도 5,500억달러 투자에 포함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 정부의 부담은 더 작아진다. 반면 미국의 주장처럼 투자처를 미국의 뜻대로 미국 기업에 직접적으로 하도록 한다면 일본 측은 거액을 미국에 상납하는 셈이 된다. 관세율 10%를 인하한 것에 비해서도 큰 지출이다. 일본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약 21조엔다. 이를 기준으로 일본은 연간 관세 140억달러 인하를 얻은 셈인데, 이를 대가로 5,500억달러를 거의 무상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손해보는 거래다. 이에 대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의 구체적 내용이나 강제력에 따라서 또 다르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지금 상황에서 그 부분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미국과 일본의 무역합의에는 방위비에 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기도 했다. 백악관 팩트시트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일본은 미국 보잉 항공기 100대를 구해하기로 했으며,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 방위장비를 구매하기로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였던 미국 재무장관과 무역대표부와 예정되어 있던 통상협상이 취소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귀빈실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뉴시스미국 정부는 대미흑자국 중 하나인 일본과 합의를 이룬 이후 한국과 EU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준의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의 쌀 시장 개방을 언급하면서"협상국이 시장 개방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관세를 낮출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며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완화할 것을 압박했다.일본과의 합의 이후 연이어 일본이 양보한 시장 개방과 대미 투자 약속을 내놓을 것을 압박한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은 일본의 합의 내용이 기준선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관세의 경우, 한국은 한미FTA로 무관세였던 것이 일본보다 높은 관세를 적용받게 되면 일본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 이 때문에 적어도 '일본만큼은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일본의 합의내용을 보고 미국에 제안 내용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3일 미일 무역합의에 대해"면밀히 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살펴보고 있다"며"참고할 수도 있고, 비교도 해야되고 여러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입장에서 가장 큰 무역적자국인 한국, 일본, EU가 미국 관세에 공동대응을 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일본이 갑작스럽게 미국과 합의를 타결하면서 이 같은 구상은 실현 불가능하게 됐다. 일본과 경쟁하는 입장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높은 관세를 안고 미국과 갈등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일본과의 협상을 주도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24일 CNBC 방송 인터뷰에서"한국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매우 매우 협상을 타결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한국이 일본 합의를 읽을 때 한국의 입에서 욕설이 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 경계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25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의 협의를 진행했으나 다음 협의를 기약한 채 성과 없이 종료했다. 미국 측은 한국과의 고위급 협의를 돌연 미루면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8월1일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일본이 시한 전에 합의를 보면서, 8월1일 시한에 대한 부담도 더 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협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한국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미국 측은 쌀 등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하게 TRQ으로 약 40만톤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으며 이중 미국산 쌀은 약 13만톤 정도다. 만일 한국이 미국산 쌀에 대한 TRQ 물량을 늘리게 된다면 일본처럼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는 수입 쌀 물량을 조절하기는 힘들다. 한국은 주요 쌀 생산국과 직접 합의를 통해 TRQ 물량을 정해뒀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쌀 수입량을 조절하기 위해선 직접 해당 나라와 협상을 거쳐야 한다. 일본보다 더한 양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30개월령 소고기 수입 제한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호주가 미국산 소고기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며"우리의 소고기를 거부하는 다른 나라들도 요청을 받은 상태"라고 소고기 시장 개방을 압박했다. 상호관세 수준은 일본과 같은 15%로 인하될 것이라는 게 다수의 예상이다. 이미 EU는 상호관세 15%로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외신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여러번 상호관세의 최저치를 10%~15%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50% 관세 인하는 얻어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금까지 개별 품목 관세인 철강 관세를 인하한 것은 대미적자국인 영국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미국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춘 일정 물량에 한해 관세 인하를 적용받는다.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관세 인하에 대한 수치보다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의의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세은 교수는"관세율 수치에 대한 득실을 따지는 것보다 대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좀 더 의의를 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일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한다고 해도 선방한 결과라고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어떤 손실을 용인할지를 전략적으로 고민할 텐데 어느 부분도 그냥 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원하는 제조업 투자를 하는 만큼 한국의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나 교수는"현대자동차 등은 미국 시장에 제조를 들고 들어간다는 전략을 분명히 한 만큼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는 변치 않는 현실"이라며"관세 부담이 낮아진다면 오히려 2, 3차 협력업체들에 관세 부담이 더 쉽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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