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분들이 있으셔서 ‘이 사회가 그나마 살만한 세상이구나, 따뜻한 세상으로 살아갈 수가 ...
지난 2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경향신문을 통해 자원봉사자와 추모객, 시민단체 활동가 등 자신들을 위해 팔 걷고 나선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들의 연대는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이 쏟아지는 냉대를 견디는 힘이 됐고, 유가족이 ‘베풀고 살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디딤돌이 됐다. 굳게 닫힌 피해자들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낸 것은 정부도 국회도 아닌 동료 시민들이었다.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302021652001
그 날 이후, 서울 중랑구에 사는 김씨는 매일같이 이태원 분향소를 찾았다. 무작정 보탬이 되고 싶었다. 실의에 빠진 유가족에게 차 한 잔, 커피 한 잔 건네며 시작한 봉사는 헌화 정리, 조문객 안내, 비품 정리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아침에 분향소에 도착해 이곳저곳 할 일을 찾다보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11시간이 훌쩍 지났다. 김씨는 두툼한 솜바지에 핫팩을 끼고 한겨울 추위를 유가족과 함께 견뎠다. 물에 적신 수건을 머리에 걸치며 불볕더위를 같이 나눴다. 그렇게 열흘, 한 달, 1년이 돼가는 지금 김씨는 유가족에게 또다른 식구다. “팀장님, 커피 한 잔만 주실 수 있어요?” 위로로 유가족을 끌어안았던 김씨를, 이젠 유가족이 반가움에 끌어안는다.
김씨가 팀장을 맡은 자원봉사단은 “이제는 그만하셔도 된다”는 유가족 요청을 받아들여 참사 1주기인 지난달 29일 해단했다. 봉사단은 없어졌지만, 김씨는 여전히 유가족들과 끈을 이어가고 있다. “9년 전 세월호 참사 분향소에서 봉사를 못한 것이 후회됐어요. 그땐 여건이 되지 않았거든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이들의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김씨는 이태원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참사 이튿날, 오연화씨는 참사 희생자 고 최재혁씨의 모친 김현숙씨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들이 죽었어요.” 평소 유쾌한 성격으로 주변을 밝히던 김씨였기에, 눈물에 잠긴 목소리가 더 낯설었다. 오씨는 김씨 곁에서 함께 울며 3일장을 지켰다. 그들은 15년 전부터 시작된 인연을 이어온 이웃사촌이었다.
“아들도 현숙씨가 일어서길 바랄거에요.” 이들은 김씨가 아들이 일하던 회사에 갈 때도 동행했다. 아들이 앉았던 의자, 아들이 일하던 책상 앞에서 무너질 듯 우는 김씨를 토닥이고 달랬다. 지킴이들은 지난 3월 제주 여행을 핑계로 김씨를 매일 만났다. 잠시라도 슬픔을 벗어날 수 있을까봐 렌트카 예약, 식당 검색 등을 같이 하며 김씨의 신경을 돌렸다. 혼자 앉은 버스에선 눈물을 참지 못했던 김씨도, 친구들과 함께일 땐 담담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장 목사는 지난 6월24일부터 참사 1주기 전날인 지난달 28일까지 매주 토요일 전남 지역 유가족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하라’라고 쓰인 보라색 조끼를 입고 광주 시내를 행진했다. 매주 20여명의 시민이 유가족과 함께 했지만 19번 행진에 모두 참여한 것은 장 목사가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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