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참모의 다른 목소리...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 길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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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은 정책 결정자의 발언에 민감하다. 지금은 정권 초기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강도 높은 금융 대책으로 평가되는 '6.27 대책' 이후 취임 한 달을 맞은 기자회견(7월 3일)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6.27 대책은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 '더 근본적인 수요 억제책은 이것 말고도 많다', '투기적 수요가 부동산 ...

부동산 시장은 정책 결정자의 발언에 민감하다. 지금은 정권 초기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강도 높은 금융 대책으로 평가되는 '6.27 대책' 이후 취임 한 달을 맞은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6.27 대책은"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더 근본적인 수요 억제책은 이것 말고도 많다","투기적 수요가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데 전체 흐름을 바꿀까 한다"고 발언했다.

대통령의 이 말은 당시 시장 참가자들에게 확실한 신호를 주기에 충분했다. '아, 이재명 정부에서 최소한 집값이 올라가는 건 어렵겠구나, 부동산으로 돈 버는 건 쉽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압도적 다수였을 것이다. 반대로 높은 집값과 주거비 때문에 망연자실했던 청년,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및 무주택 서민들도 비로소 기대감이 생겨나기 시작했을 것이다.한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지 한 달 보름이 지난 8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과 관련해"과열은 막아야 하지만 너무 얼어붙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강 실장의 이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까? 이 대통령의 말과 같은 뜻이라고 여길까? AD 아닐 것이다. 과열도 막아야 하지만 냉각도 안 된다는, 어찌 보면 수십 년째 들어온 저 진부한 발언을 들으며 '아, 이재명 정부도 부동산을 잡을 생각이 없나보구나', '이러다 더 오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반면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무주택 서민들과 청년 및 신혼부부들은 이내 기대감이 꺾였을 것이다. 그런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강 실장의 발언 다음 날인 8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정부 처음으로 부동산 세제 강화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부동산 시장안정과 주거복지는 너무나 중요한 목표"라고 하면서 대통령이 후보 시절"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공약이 아니며"시장안정이나 주거복지를 위한 일이라면 그 수단이 제약돼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세금을 마구 쓰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투기차단과 주거 안정을 위해 세제 강화를 단행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기엔 충분했다. 그동안 국민 대다수는 예의주시해왔다. 부동산 기대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금, 그중에서 보유세를 이재명 정부는 과연 강화할 것인가,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기조를 이어갈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러던 중 김 실장이 처음으로 저 발언을 꺼낸 것이니 그 의미는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러면 강훈식 비서실장은 왜 대통령과 다른 실망스러운 발언을 했을까? 건설사의 아우성도 있겠지만, 낮은 경제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주된 이유라고 본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0.2%였는데 이 중에서 건설투자가 무려 –3.2%였다. 건설투자 하락이 마이너스 상장률의 주된 이유라는 것이다. 다행히도 2분기 경제성장률은 수출·수입이 크게 늘고 민간과 정부의 소비도 약간 살아난 탓에 그나마 0.6%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건설투자는 부진을 면치 못한 –1.5%였다. 다시 말해서 건설투자만 좀 받춰주면 성장률은 2% 이상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6.27 대책과 대통령의 강력한 발언으로 집값이 빠지고 거래가 줄고 지방의 미분양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건설투자가 더 떨어지면 3분기 성장률은 어떻게 될까? 2분기 성장률 0.6%에도 못 미칠 수도 있다. 만약에 성장률이 더 떨어지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과, 국민의힘과 '자칭' 보수언론들의 공격이 시작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비서실장의 발언 배경에 바로 이런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비서실장의 이런 발언을 뒷받침하듯, 정부는 지난 8월 14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이른바 지방 부동산 부양을 위한 '세컨드홈 지원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인구감소지역의 주택을 구입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취득세를 모두 깎아주겠다는 대책이다. 또 이 대책엔 그동안 주택임대사업자 대상에서 빠졌던 아파트를 5년 만에 다시 포함시켰다. 즉, 임대사업자가 아파트를 구입하면 엄청난 세계 혜택 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비수도권 소재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취득 시 제공했던 세제 혜택도 내년까지 연장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여기에 더해 공공인 LH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직접 더 많이, 더 비싸게 사주겠다는 대책도 들어 있다. 지방 소재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매입 물량을 올해 3천 호에 이어 내년엔 5천 호, 이렇게 총 8천 호로 확대하고, 매입 상한가 기준도 감정가의 83%에서 90%로 높이겠다는 정책이다. 무려 170조 원의 적자로 허덕이고 있다는 LH가 말이다. 이렇게 세금도 대폭 깎아주고 정부 재정을 직접 투입해 부동산 경기를 인위적으로 띄우는 이유는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전략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이렇게 부동산 경기 부양으로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면 이사·리모델링 수요가 늘어나고 가구와 가전과 인테리어 업체와 이사 용역사 등 연관 산업의 소비가 늘어나 GDP와 세수도 증가하는데, 정부는 이런 효과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역대 정부가 보여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반복 재탕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김용범 정책실장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주거 안정을 강조하면서 투기 차단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세제 강화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게다가 김 실장과 보조를 같이하는 기관, 다시 말해 이재명 정부 들어서 가장 주목받는 기관인 금융위는 가장 효과적이고 위협적인 금융규제 수단인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 상향'이라는 카드도 쓸 수 있다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이렇듯 현재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현재 갈팡질팡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경제와 서민 주거비 절감을 위해 너무 높은 집값과 땅값을 떨어뜨리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싶지만, 그렇다고 성장률 제고를 위해서 부동산 경기 부양의 카드도 버릴 수 없다는 딜레마에 놓인 것이다.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이재명 정부가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좀 더 용기를 내서 주권자인 국민에게 설명하고, 때론 양해를 구하며 제시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굳게 신뢰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먼저 부동산 과다 보유자와 '영끌'해서 집을 구입한 20~30대 세대들에게 쉽지 않겠지만, 국민경제를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청년과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를 위해 '집값과 땅값은 떨어져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본다.세 번째는 서울 및 수도권으로 수요가 몰리지 않도록 1주택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대폭 줄이는 등의 세제를 정비하는 동시에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지역 활성화 정책과 교육 정책을 통해 지방 주택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하도록 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신속·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네 번째로 무엇보다 AI가 주도하는 첨단 기술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OECD의 1.5배나 되는 건설업 비중을 낮춰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마약과 같은, 경제 체력을 갉아먹는 부동산 경기 부양은 이제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마지막으로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보유세는 토지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한 후 국민적 동의를 구해 실행할 것이라고 해야 한다. 물론 저렴하고 투기가 차단된 주택의 지속적 공급은 필수다. 역대 정부 중에 부동산 정책의 선명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국정의 최고 책임자 혹은 정책 담당자가 국민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정부는 없었다. 이재명 정부가 이것을 보여주길 바란다. 성장률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겠지만, 불평등을 크게 줄이려면, 토건 중심의 경제구조를 첨단 기술중심 경제구조로 전환하려면, 출생률을 높이고 의미 있는 국토 균형발전을 이루려면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말이다. 이것이 바로 유능한 민주 정부, 명실상부한 국민주권정부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재명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민생의 80~90%가 부동산이라는 점을. 주거 안정을 이루지 못하면 지지율은 떨어지고 다른 부분의 정책 효과도 크게 반감된다는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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