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계엄령 소동이 주는 교훈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한 비판과 그로 인한 정치적 위험에 대한 분석

아무리 이해해보려 해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국민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150분 계엄 선포’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얻은 건 과연 무엇일까. 얻은 게 있기나 한 걸까. 애당초 뭘 노리고 한밤중 계엄령 선포를 전격 발표한 걸까. 야당의 ‘닥치고 탄핵’과 예산 뭉텅이 삭감에 열이 받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범죄자 집단 소굴” “내란 획책”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이라니… 비대칭적 논리의 비약이다. 홧김에 저지른 실수인가. 아니면 야당의 주장처럼 김건희 여사 특검과 탄핵 국면에 대비해 충암파 충성파들이 모의한 친위 쿠데타가 진짜로 성공하리라 믿었던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국회에 진입한 군 병력이 본회의장으로 이동하려 하자 당직자들이 소화기를 분사하며 입구를 막고 있다.

윤 대통령은 계엄선포 담화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 운명에 처해있다”고 야당을 비난했는데, 그 자신이 독단과 무모함으로 나라를 풍전등화로 몰아넣은 데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그가 두게 될 다음 수는 무엇일까.이쯤에서 7년 전 박근혜 탄핵 당시를 복기해보자. 당시 견제받지 않는 대통령 권한의 남용 문제가 제기되면서 개헌이 화두가 됐었다. 대통령 권력의 분산, 정쟁과 대결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통합시대를 열자는 여론이 봇물을 이뤘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권력 공백기를 정권 획득의 수단으로 이용했을 뿐 개헌이라는 시대적 과제, 촛불 정신을 외면했다.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인적 청산에 몰두하면서 제도 개혁의 골든 타임을 허비했다. 문 정권의 탐욕이 빚은 결과물이 현재의 윤석열-이재명 체제다.

불발되긴 했지만, 김형오·정의화·정세균·문희상 등 역대 국회의장들은 임기 중 개헌안을 마련했다. “헌법의 결함으로 국가가 작동 불능에 빠져선 안 되고, 시대적 요구를 적시에 대응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전직 국회의원 단체인 대한민국헌정회는 최근 개헌안을 마련, 국회와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대철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토론회에서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불행한 나라가 되지 않고 미래로, 세계로 우뚝 서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개헌밖에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헌정회 개헌안의 핵심은 직선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한을 국회 및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다. 분권을 전제로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를 양원제로 바꾸는 방안도 개헌안에 포함됐다. 지금 같은 여소야대에서 국회-정부가 대립할 때 상원이 중재역을 하도록 해 극한 대결을 완화할 수 있게 했다. 하원은 예산과 정부 정책에 대한 심의 의결권을, 상원은 장관 등 고위 공무원 임용 동의권과 지방 균형발전 관련 정책 심의 권한을 갖는다.계엄 선포 사태로 분위기를 탄 민주당 등 야당은 대통령 탄핵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그러나 응징과 보복의 정치, 탄핵의 일상화는 국정 마비와 혼란을 부를 수 있다. 지금같이 북핵 위기 등 대외정세가 불안정하고 경제가 어려울 땐 자칫 대외 신인도와 경쟁력 추락으로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위험이 크다. 차분하고 냉정한 제도 개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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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계엄령 대통령 탄핵 국회 김건희 권력 분산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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