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주 | 양양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주로 기자와 기획자로 일했던 터라 어떻게 도시재생 일을 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대학원에서 문화연구를 전공하며 도시재생을 공부한 것, 30대에 지방 소멸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살게 된 것, 양양에서 취업을 고민할 때 도
주로 기자와 기획자로 일했던 터라 어떻게 도시재생 일을 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대학원에서 문화연구를 전공하며 도시재생을 공부한 것, 30대에 지방 소멸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살게 된 것, 양양에서 취업을 고민할 때 도시재생지원센터 개소 소식을 알게 된 것, 이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더해 공공건축에 관한 관심도 한몫했다.
2012년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를 보고 나서 주인공인 정기용 건축가에 관해 관심이 커져 그의 저서를 찾아 읽었다. 정기용 건축가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만 10년 동안 무주에서 크고 작은 공공건축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다룬 그의 저서들에서 “건축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삶을 조직하고 사회를 다루는 분야”라고 믿으며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했던 고집불통 낭만주의자의 한계와 성취에 대한 솔직한 기록을 만났다.책을 읽고 나니 그가 무주에서 실험하고 실천한 공공건축물을 직접 보고 싶었다. 반딧불이와 함께한다는 무주산골영화제 소식도 종종 접해서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운전을 못 하는 사람에게 서울과 무주의 거리는 큰 부담이었고, 마음을 품은 지 10여년이 흐른 올해 겨우 다녀올 수 있었다. 이번 방문에서 등나무 운동장과 서창향토박물관에 가보았다.
도시재생 사업은 상향식의 주민 참여를 지향하지만 여전히 하드웨어 사업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대부분 행정 주도로 이뤄진다. 실제 사용자인 주민의 의견을 경청해 함께 고민하고, 오랫동안 지역의 특성을 살피고, 건축물의 역할과 목표를 고민하고, 건축가의 철학을 담은 공공건축물이 튼튼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늘 요원한 이상이다. 모든 도시재생 건축물이 하이라인 파크나 빌바오 뮤지엄이 되길 바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주민과 지역성보다 관행과 편의가 앞서는 방식으로는 효용도 미학도 철학도 부족한 건물들만 계속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무주 프로젝트가 전무후무한 사례로만 남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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