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틈날 때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서점과 도서관을 찾아다니는 건 큰 즐거움이다. 시골의 오래된 책마을은 물론이고 도시 곳곳에, 혹은 작은 마을들에서 개성 넘치는 책공간을 발견할 때면 아직 이 세상에 훼손당하지 않은
캐나다 빅토리아에 있는 ‘먼로 서점’. 노벨상 수상 작가 앨리스 먼로는 서점을 떠난 지 오래되었고, 올해 작고했지만 서점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사진 백창화틈날 때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서점과 도서관을 찾아다니는 건 큰 즐거움이다. 시골의 오래된 책마을은 물론이고 도시 곳곳에, 혹은 작은 마을들에서 개성 넘치는 책공간을 발견할 때면 아직 이 세상에 훼손당하지 않은 낭만과 꿈이 살아있는 것 같아 맘이 찡하다.
2017년,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먼로 서점’ 이야기를 들었다. 2013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앨리스 먼로가 운영하는 서점이라고 했다. 노벨상 작가의 서점이라니! 흥분된 맘으로 이곳을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밴쿠버에서 배를 타고 건너간 작은 도시 빅토리아. 도심에 위치한 서점은 그리스 양식의 고전미를 뽐내며 서 있는 건축물 자체로도 아름다웠고 내부는 나처럼 세계 곳곳에서 방문한 이들로 북적거렸다.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방에서 한참 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며 이런 서점을 가진 빅토리아 주민들을 부러워했었다.앨리스 먼로 부부에게 서점은 생업이었다. 작가는 집안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서점 일을 했고 고된 일상 틈틈이 소설을 썼다. 점차 캐나다에서 주목받는 작가가 되면서 맨부커상을 받았고 ‘우리 시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는 평가와 함께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노벨상 수상 이후 작가의 서점은 명소가 되었다.
새로 열 책방 안에는 작가가 평소 글을 쓰던 작은 책상이 놓이고 미술관을 즐겨 찾곤 하던 작가가 영감을 받았던 그림이 걸렸으면 좋겠다. 매장에는 작가의 플레이 리스트가 흐르고, 작가에게 자양분이 되어주었던 한국과 세계 여러 나라 문학이 컬렉션되어 있는 서가가 있다면. 그리 크지는 않더라도 가끔 불쑥 나타난 작가가 독자들과 대담을 나눌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면 더 좋겠다. 잃었던 문학의 꿈을 되살리며, 점점 사라져 가는 동네 서점들의 기억을 이어줄 품격있는 명소. 그렇게 노벨상 작가의 서점이 이어지면 좋겠다. 막말과 혐오, 거친 비속어가 아니라 우리 말과 글의 아름다움이 배어있는 곳. 일부 정치인과 업자들의 망상으로 채워진 거대한 콘크리트 문학관이 아니라 한강 작가가 꿈꾸던 고요하고 평화로운 서점 말이다.지금 우리나라에선 전직 대통령이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노벨상 수상 작가도 작은 서점의 주인이며, 나같이 아무렇지 않은 사람도 서점의 주인이다.
실상 현실은 서점에서 책은 잘 팔리지 않으며, 정부는 앞장서서 독서문화 예산을 삭감하고, 전국의 동네 책방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그늘진 세상. 그렇더라도 ‘희망의 특성은 어두운 데서 솟아나는 것’이라며 ‘살찐 낙관보다는 가냘픈 희망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던 한강 작가와 함께 구석구석 동네 책방의 꽃과 희망을 피워가 보고 싶다.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서점 앞에서 오픈런을 하던 시민들의 환호가 우리들 꿈의 동반자가 되어주길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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