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만류했지만, 직접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심공판에서 한 전 총리는 '국가 신인도 하락과 경제 붕괴'를 이유로 만류했으나, 이진관 부장판사는 '왜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냐'고 질의했다. 또한, 헌법재판소 위증 혐의를 인정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결심공판 전 열린 피고인 신문에서 자신은 전 대통령 윤석열 씨를 향해"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경제가 망가질 수 있어 만류했다"고 밝혔지만 계엄을 선포한 윤씨를 향해 끝내"반대한다"라는 말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한 전 총리의 진술을 가만히 듣던 이진관 부장판사는"피고인이 비상계엄을 막을 생각이 있었다면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전 외교부장관이 윤석열 에게 저렇게 말할 때 같이 안된다고, 재고해달라고 할 좋은 기회 아니었냐"라고 짚으며"그런데 왜 가만히 있었냐"라고 따져 물었다.
AD 한 전 총리는"안에서 말했고, 두 번 정도 들어가서 만류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좀 더 열심히 합류를 해서 그런 행동을 했으면 훨씬 좋았겠다 하는 아쉬운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변명했다.한덕수, '멘붕' 상태 강조..."기억이 없다"그러나 포고령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소지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폐쇄회로 TV 영상이 공개되자 갑자기 한 전 총리는"그때는 하도 경황이 없고 황망해서 멘붕 상태가 계속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검이 재차"그럼 대접견실에서 가지고 나온 문건이 뭐냐"고 묻자"어떤 경위로 무슨 일을 했었는지 기억이 부족하다. 보고 들은 것이 제대로 인지되는 상황은 아니었다"며"거의 멘붕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리한 정황에 대해 대부분"기억이 안 난다"고 강조한 한 전 총리는 계엄 당일 대통령실에서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과 함께 계엄 문건을 돌려 보며 16분간 대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문건을 챙겨 주기도 했다.한 전 총리는"국무회의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도 못한 상황이었지만, 좀 더 많은 국무위원이 와서 반대 의견을 밝힐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선 계엄에 찬성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 장관에게 전화를 한 것에 대해서도"계엄 선포를 빨리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오히려 너무 늦어지면 계엄 선포가 돼버리지 않을까 우려를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10일 열린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송 장관은 내란의 밤 당시 한 전 총리가 오후 9시 37분쯤 자신에게"오시고 계시죠?"라고 물으며 '독촉 전화'를 걸었다고 증언한 것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당시 이진관 부장판사는 송 장관에게" 12월 3일 말고 다른 회의 때 참석을 독려하는 듯한 전화를 한 적 있냐"라고 물었다. 송 장관은"업무 질의나 지시가 있을 때는 가끔 통화했지만, 회의 참석을 독려하는 전화를 받은 건 처음"이라며"회의 때문에 총리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즉,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인적 요건을 맞추려 한 정황으로 풀이된다.다만 한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에서의 위증 혐의는 인정했다. 한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있다. 이날 그는"대통령실로부터 받은 문건을 파쇄한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위증한 것이 맞느냐"는 특검팀 질문에"네"라고 답하며"제가 헌재에서 위증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계엄 선포 국무회의 이후 받은 서류를 사무실에 뒀지만, 그다음 계엄 해제와 관련해 여러 할 일이 많아서 거의 살펴보지 못했다"며"그러다 12월6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서류 남은 게 있으면 보내 달라고 해서 보내주고, 한 장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파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전 총리는 사후 계엄 선포문에 서명하게 된 경위를 두고는"계엄이 해제됐고 전체적으로 안건이 없어 가볍게 생각했다"고 했다. 한 전 총리가"서류를 감추려 한 것이라기 보다는 박물관에 두듯이 생각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되자 그는"조금 부적절한 발언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사후 계엄 선포문 폐기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선"사후적으로 사인을 한 것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한 전 총리는 재판 말미에"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로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정치적·역사적 책임을 느낀다"며"계엄을 막지 못해 국민들에게 큰 어려움을 준 사안에 대해 큰 멍에로 알고 인생을 살아가겠다"고도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26일 특검팀의 구형과 한 전 총리의 최후 진술을 듣는 결심공판을 열고 재판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1월 말께 선고가 나온다. 재판부가 밝힌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한 전 총리는 내란 혐의로 기소된 국무위원 중 가장 먼저 1심 판단을 받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