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영의 뾰족한 시각] 와 가 주는 교훈
학부 강의에서 종종 다루는 주제가 SF이다. 예전에는 공상과학 문학이라고 번역했으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SF는 공상이 아니라,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온 과학기술, 혹은 사유의 의미와 한계를 토대로 앞으로 펼쳐질 인류문명의 미래를 보여준다. 사유실험을 시도하는 장이 SF이다.
두 영화는 모두 물, 에너지 자원, 식량 등을 얻기가 매우 힘들어진 파멸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역시 디스토피아는 SF 문학이나 영화의 패턴이다. 물질적 생존이 위협받게 되면 인류가 자랑하는 문명, 가장 뛰어난 정치 제도라는 민주주의도 위험에 처한다는 건 이미 인류 역사가 보여줬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히틀러의 등장과 몰락이 좋은 사례이다. 일부의 오해와는 달리 히틀러는 독재로 집권하고 통치한 게 아니다. 1차대전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이 처한 대혼란 때문에 대중은 민주주의를 사치라고 여기게 됐다. 그 틈새에서 히틀러 같은 선동가가 출현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발견하는 모습이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면 남는 건 짐승의 논리다. 무장력과 자원을 독점하는 소수의 상위 지배 집단이 등장하고, 거기 속하지 않는 집단은 살아남기 위해 복종하고 짐승처럼 생활한다. 되풀이 말하지만, 생존이 문명보다 먼저다. 생존이 위협받으면 문명은 불가능하다. 는 그런 계급의 구별과 격차를 보여준다. 시타델의 상층에 거주하는 지배자들과 달리 시타델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의 생활을 영화는 외면하지 않는다. 새로운 지배종의 위치에 오른 유인원은 인류 역사가 그랬듯이 탁월한 지도자인 시저의 리더십을 따른다. 시저의 이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정치가이자 전략가 중 한 명이었던 줄리어스 시저 혹은 카이사르를 가져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난다. 인류는 다양한 정치 체제를 실험해왔지만, 단 한 번도 지도자가 없는 정치 체제는 가져본 적이 없다는 구절. 나는 그 지적에 공감한다.
프록시무스는"유인원은 뭉치면 강하다"는 시저의 유산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고 대중을 설득한다. 대중은 공포와 생존의 위협 속에서 그 설득에 넘어간다. 반복되는 선전 선동의 효과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파괴된 인류문명이 남긴 기술과 정보를 비밀리에 독점하려는 프록시무스의 책략도 지금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권력과 과학기술, 권력과 지식은 그렇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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