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학교 아침 등교 풍경의 단상
며칠 전 아침 자원봉사 가는 길목의 중학교 교문 풍경이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주임교사로 보이는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인사를 꾸벅하거나 하는 둥 마는 둥 아이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학교는 등교시간에 인사하는 법을 익히도록 교육하는 것 같았다.길 건너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나에게 특히 시선을 끄는 한 학생이 있었다. 그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선생님에게 90도 각도로 깍듯이 인사하며 들어갔다. 그 학생의 폴더 같은 인사는 마치 인사의 시범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처럼 웃어른에게 이쁘게 하는 인사는 정말 오랜만에 본다.그 학생의 인사법은 나의 중학 시절의 추억을 잠시 떠올리게 한다. 우리 때도 등교시간에 훈육교사와 선배들이 교문을 지키고 학생들의 복장과 두발을 검사했다. 당시 우리 머리는 '빡빡머리'였다. 삭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절이었다.지금은 이름도 잊었지만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고 귀여워해주신 선생님의 따뜻한 손이 느껴진다.
사실 내 '인사법'은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내게 직접 인사법을 가르쳐준 적은 없다. 아버지 따라 모임에 가면 아버지는 지인들에게 나를 소개하곤 했다. 또한 자신보다 연세 높은 사람들을 찾아 인사를 하셨다.기억에 아버지는 다른 분과 달리 인사에 많은 시간을 공을 들였다. 이것은 어린 내 눈에 지루하고 따분했지만 자라면서 나도 모르게 아버지를 따라 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독특한 인사법은 먼저 다가가는 것이며, 반가움과 감사함을 담고 있었다.아버지가 주변 분들에게 내세울 것 없는 아들이 인사 하나는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기분이 가장 좋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나 또한 솔직히 내 자식이 예의 바르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낄 것 같다.70 나이가 돼도 예의를 갖춰 인사하는 사람을 보면 끌리고 한번 더 주목하게 된다. 내가 이날 중학교 학생의 절도 있는 인사를 보고 감동받은 이유다. 인사 예절은 평생 배워도 부족하다는 의미다.
최근 봉사모임에서 알게 된 어떤 이는 만날 때마다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데 그게 몸에 배었다. 친밀감의 표시겠지만 인사받는 입장에선 별로 유쾌하지 않다. 정중한 인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첫인상은 1초도 안 걸린다고 한다. 특히 인사가 그 사람의 인상을 좌우한다. 간단한 목례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사람이 있다. 따뜻한 미소를 동반한 그런 인사법은 부럽기조차 하다.자랄 때는 인사성이 '밝다'는 말의 뜻을 몰랐다. 그런데 이 말을 어른들은 수시로 언급했다. 가만 생각하니 모든 일에 알게 모르게 바른 인사법을 따졌다는 것이다.인사 잘하는 사람은 집안 내력과 전통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존경하는 어르신 집안을 유심히 보면 혈통과 성격처럼 그들의 인사법과 자세도 유전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사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인정해 주는 기술이다. 인사도 실력처럼 쌓아야 한다. 아버지가 인사는 상대보다 먼저 하고 찾아가서 하라 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경제직필]윤 대통령이 정치인에게 주는 교훈현 정권의 남은 3년은 불확실성만 가득 차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리더십을 가지고 뭘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
Read more »
[신주백의 사연 史淵]시대정신 찾아보기1876년의 개항, 1910년의 망국과 1945년의 해방은 한국 근대사의 결정적 전환 국면을 만든 역사인 데다,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현대사이기도 하다. 개항은 한...
Read more »
“어디든 이자 많이 주면 생큐”…은행 금리 꺾이자 뭉칫돈 몰리는 ‘이곳’4%대 금리에 세금 혜택까지 주는 상호금융에 한 달 새 8.8조원 몰려 0.1%P마저 노리는 재테크족 많아 이자소득세 낮은 저율과세에 눈길
Read more »
어떤 대상을 15년 넘게 좋아하면 생기는 변화16년 차 덕질이 주는 행복이란... 노래가 인생의 한 페이지로 남는 마법
Read more »
우울하다면 일단 달려봅시다나에게 달리기는 안정감을 주는 활동
Read more »
중학생의 일침 '훗날 학생인권조례 폐지 세력 심판할 것'서울시교육청 72시간 천막농성 해단식 열려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