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백의 사연 史淵]시대정신 찾아보기](https://i.headtopics.com/images/2024/5/7/kyunghyang/914988851452481743031-914988851452481743031-2DBC9665C128FB15E166F4DFD05985D1.webp)
1876년의 개항, 1910년의 망국과 1945년의 해방은 한국 근대사의 결정적 전환 국면을 만든 역사인 데다,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현대사이기도 하다. 개항은 한...
하지만 촛불난동이라 말하는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되치기당했고, 그렇게 힘썼던 분단 문제는 단 1㎜도 현상을 변경하지 못했다1876년의 개항, 1910년의 망국과 1945년의 해방은 한국 근대사의 결정적 전환 국면을 만든 역사인 데다,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현대사이기도 하다. 개항은 한반도에 거주하는 사람과 국가가 자본주의 세계에 편입되는 신호탄이었고, 망국은 그 편입의 귀결이었다. 해방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할 기회가 동시에 주어진 시작점이었고, 현재 진행형인 분단은 그 길의 귀결 지점이다. 개항, 망국, 해방은 외부의 요소가 급속한 전환을 추동한 결과라는 점에서 공통된 경험이다.
만세 시위 3개월은 1910년 이후 강요된 침묵 속에 익명의 타자들끼리 확인하지 못했던 사실, 곧 같은 공동체의 존재라는 사실을 한순간에 공유한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3개월은 부정해야 할 지난 과거를 압축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대개조의 시대정신에 편승해 혁신의 기운을 예지한 시간이기도 했다. 만세 시위의 공간에서 활약한 청년학생들은 두 가지 시간을 조정할 새로운 주체로 등장했다. 특히 그러한 현상의 절정은 1920년 12월 조선청년회연합회의 결성이었다. 연합회는 “개조의 기운에 순응”하고 “민족의 고유한 생영을 발휘”하고자 결성된 단체였다. 이 조직은 청년학생들이 만세 시위의 전국성과 민족적 동질성을 체감하고 연대의식을 드러낸 진취적인 결과물이었다. 종교단체를 제외하고, 일시적이지 않으면서도 비정치적인 단체로는 최초의 전국 네트워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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