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보낸 3만 6천 시간... '후배님들, 잘 버티세요' 박경진승무원 정년퇴임 대한항공 39년비행 정혜원 기자
이제껏 지구를 745바퀴 돈 여성이 있다. 만 60세인 박경진씨는 39년을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살았다. 1983년 입사, 나이는 21살이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입사 시험에 붙어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39년이 흘렀다. 39년 동안 3만 5800시간을 비행했다. 근무하는 동안 유니폼도 4번이나 바뀌었다.
올해 초, 박경진 승무원은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 39년의 비행 생활을 마쳤다. 수석 사무장급 최고령 정년퇴임자다. 그의 마지막 기내 방송 영상은 조회수 6만을 기록하며 SNS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함께 일한 후배들이 그의 마지막 비행편에 깜짝 이벤트로 탑승해 촬영한 영상이다.박경진 승무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내뱉곤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방송이 끝나자 승객들은 크게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여성으로서 39년간 한결같이 한 직업을 가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박경진 승무원과 지난 10월 30일, 12월 9일 두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다.그는 지난 3월 31일, 마지막 비행 날의 출근부터 스케줄까지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날은 울산을 찍고 김포에 돌아왔다가, 다시 제주를 갔다 오는 바쁜 하루였다고 한다. 지상 직원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문을 닫은 뒤, 평소처럼 사무장으로 이륙 방송을 했다.
그렇게 승무원 생활이 끝나고 학원을 해라, 대학에서 강의해라, 여러 제안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평소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경진 승무원이 말하는 '나선다'는 건 이런 의미다."내가 말한 '나선다'는 건 나를 내보인다는 걸 의미해요. 이름 석 자를 보이면서 빛내려고 하는 거요. 난 내 이름을 빛내기 위한 건 안 하고 싶어요. 승무원은 손님들 앞에 나서기는 하지만 나를 보이는 직업은 아니에요.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손님을 존중하고 기내 환경을 잘 조성하는 게 내 임무예요. 객실 내 안전에 대해선 거의 박사죠. 하나하나 생소한 게 다 눈에 들어와요. 그런데 그건 나를 내보이는 게 아니잖아요."여자 승무원은 사원급 객실 승무원 4년을 거치고 나면, 부사무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시험과 근무 성적을 보고 진급이 결정된다. 박경진 승무원은 1987년 바로 부사무장으로 진급했다.
그는"뻣뻣하고 직언하는 승무원을 보면 '쟤는 손님한테도 저렇게 할 거야 틀림없어'라는 식으로 평가를 해버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경진 승무원은 부러지고 말지, 절대 구부려서 타협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자 승무원 중 가장 선배 격이 될 때까지도 그는 확고했다. "제가 탑 시니어를 할 때는 후배들한테 '절대 남자 승무원에게 음식 차려주지 말라'고 했어요. 사무장은 선배니까 어쩔 수 없지만, 남자 승무원 밥 차려주는 건 꼭 바뀌어야 하는 문화라고 강조했어요.""한 선배가 '1000만 원 더 준다니까, 그냥 이 기회에 명예롭게 퇴직하는 게 어떻겠냐' 그래요. 그 면담 끝나고 얼마나 울었겠어요, 그렇게 좋아하던 비행인데. 그런데 비행을 끝나고 나오는데 계류장에 비행기 몇 대가 쭉 세워져 있잖아요. 그걸 보면서 '아, 내가 꿈을 이룬 사람인데' 하고. 여기서 사표를 쓰고 나가는 게 나 스스로 꿈을 포기하는 것 같은 거예요. 내가 내 꿈을 잘라 버리는 거잖아요.""전 그때 명예를 버렸어요. 내가 가장 못 버리는 게 뭘지 생각했을 때, 박경진이라는 이름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그 명예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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