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최종 의견입니다. 1964년 5월 6일 발생한 이 사건은 갑자기 가해진 성폭력 범죄에 대한 피해자의 정당한 방위입니다. 과하다고 할 수 없으며 위법하지도 않습니다. 피고인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3일 오전 11시 부산고법 352호 법정. 자신을 기소한 검찰로...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최종 의견입니다. 1964년 5월 6일 발생한 이 사건은 갑자기 가해진 성폭력 범죄에 대한 피해자의 정당한 방위입니다. 과하다고 할 수 없으며 위법하지도 않습니다. 피고인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3일 오전 11시 부산고법 352호 법정. 자신을 기소한 검찰로부터 '죄가 없다'라는 말을 듣게 되자 최말자씨가 떨리는 손으로 옆에 있던 변호사의 손을 부여잡았다.
방청석을 가득 메운 법정 안에서도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일부는 박수를 치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한 여성단체 회원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AD 성폭력 가해자에게 저항하기 위해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되레 징역형을 살았던 최씨 사건의 이날 재심 공판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과 재심 절차로 다시 사건을 돌아본 검찰은"성폭력 피해자의 정당한 방해행위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라고 밝혔다. "어떤 시대에도 형사사법의 역할은 부당하게 가해지는 차별적 편견을 걷어내고 오로지 법률적으로 마땅한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입니다. 특히 검찰의 역할은 범죄 피해자를 범죄 사실 자체로부터는 물론이고 사회적 편견과 2차 가해로부터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이 사건에서 검찰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작동했습니다." 61년 만에 최씨에 대한 중상해죄 혐의 수사·기소가 잘못됐다며 반성문을 내놓는 순간이었다. 당시 어둡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벌어진 급박한 침해에 소극적으로만 저항할 수 없었다는 점, 최근 유사한 사안에서 불기소 등이 이루어진 점 등을 언급한 검찰은 어느 순간부터 '피고인'이라는 호칭도 떼어냈다. 법정에 선 정명원 공판부 부장검사는"마땅히 보호받아야 했을 최말자님께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검찰의 말이 끝나자마자 변호인단의 변론도 이어졌다. 최씨의 변호인은"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평생을 고통받으며 가해자와 인생이 뒤바뀐 삶을 살아야 했다"라며"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무죄가 되는 게 아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무죄일 수밖에 없는데도 검찰과 법원의 잘못으로 오판됐다. 이제 법원이 응답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씨의 억울함을 대변하지 못한 채 미완에 그친 과거의 변론을 완성하겠다는 말도 내놨다. 변호인은"건장한 남성에게 힘으로 눌려 성범죄를 당한 순간 오로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입 안에 들어온 혀를 깨문 것"으로 상당성이 있고, 불법에 맞선 만큼 보충성과 균형적 원리가 엄격하게 요구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의 말이 나올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던 최씨는 최후변론에서 '기억'을 강조했다. 자신의 사건이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생사를 넘나든 그날의 고통을 어떠한 대가로도 책임질 수 없다. 피해자 가족들의 피를 토하는 고통을 끝까지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라고 운을 뗐다. 이어"61년간 나는 죄인으로 살아왔다. 희망과 꿈이 있다면 우리 후손들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두 손 모아 부탁한다"라고 당부를 던졌다. 두 번의 준비기일 이후 열린 이날 공판은 속도전이었다. 증거조사 후 구형, 최후변론까지 한 번에 진행되면서 부산지법 형사5부는 바로 선고기일을 잡았다. 김 판사는"오는 9월 10일 오후 2시 선고를 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날 검찰이 사과와 함께 무죄를 구형하면서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선고 결과도 사실상 무죄로 결론이 지어질 전망이다.수년 동안 최씨와 함께한 변호인단 중 한 명인 김수정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검찰의 사과를 의미있는 장면으로 꼽았다. 또한 여기서 더 나아가 최씨에게 가해자의 삶을 살게 한 법원의 반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앞으로 선고에서 법원이 최말자님에게 깊은 사과와 위로를 전해주길 희망한다"라고 호소했다. 여러 번의 재심청구 기각 끝에 달라진 결과를 받아 든 최씨도 그제야 얼굴을 폈다. 그는 법정 밖으로 나오자마자 홀가분한 표정으로"이겼다"라고 외쳤다. 그는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만감이 교차한다"라며"여성의전화, 변호사들, 저와 함께한 국민들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시했다."너무 힘들어서 아직 실감이 아직 나지 않습니다. 분명히 제 귀로 들었습니다. 무죄라는 것, 사과하는 것, 지금이라도 인정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의는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은 이른바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김해 혀 절단 사건' 등으로도 불린다. 1995년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법원 100년사와 여러 형법학책에서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다툰 대표적 판례로 거론돼 왔다. 평생을 가해자로 지낸 최씨는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70세가 넘은 지난 2020년에야 용기를 내어 재심을 청구했다. 이후 잇달아 기각 결정이 나왔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문을 두드린 결과 지난해 12월 대법원 파기환송, 지난 2월 재심 개시를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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