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배송 기사의 사망 소식을 듣고
'살 게 뭐 있나, 샴푸 덜어갈 공병이나 사고 각자 필요한 거 담을 대형 파우치 정도 사면 될 거 같아'라고 생각한 건 내 오판이었다. 4일 앞으로 다가온 여행 준비를 내일까지는 마무리하겠다는 마음으로 준비물 목록을 적었다. 나의 하루를 시뮬레이션하며 필요한 것을 적어나갔다. 손바닥만 한 메모지가 꽉 채워졌다.살 것과 집에서 가져갈 것, 살지 말지 고민되는 품목으로 나눴다. 일단, 대형 파우치는 가족들 각자 따로 하나씩 사기로 했다. 파우치 종류가 여러 개라 상품평이 많은 것부터 살펴봤다. 마음에 드는 두 종류가 있었다. 겉보기는 거의 비슷한데 자세히 보니 색상과 크기가 미세하게 차이가 났다. 하나를 고르고 색상을 아이보리, 실버, 브라운으로 정했다. 파우치 하나 고르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작년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일회용 부직포 베개커버를 가져갔었다. 남이 쓰던 베개를 쓰기 싫어서 가져갔었는데 감촉이 별로였다. 오늘 보니 업그레이드된 밴딩 베개커버가 나왔다.
유족이 된 아내는, "저는 바라는 거는 그냥 단 한 가지에요. 애 아빠한테 가서 미안하다, 잘못했다, 내가 만든 시스템으로 이렇게 됐다..."라고 말했다. 쿠팡 택배 대리점 중 90곳이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보도도 함께 나왔다.나는 이렇게 편하게 이용하는데 배송 기사분들이 과로에 돌아가시는 걸 보면 이걸 이용하는 게 맞는지 생각하게 된다. 왠지 나도 비극에 동참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편리함이 누군가의 고통 위에 쌓여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소비자로서 이대로 바라보기만 해도 되는 걸까. 조금의 힘이라도 보탤 수 있지 않을까.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나 캠페인을 지지하는 일, 관련 서명 운동에 동참하는 일처럼 사회적인 연대를 통해 변화를 촉구하는 방법이 있다. 미미해 보이지만 더 많은 사람이 문제 인식을 함께 한다면 기업의 태도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소비자의 목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루 배송의 편리함을 잘 알고 있다. 세상이 빠르고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쿠팡을 자주 이용하지 않았던 건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과로사 사건 기사 때문이다. 남의 일만이 아니다. 우리는 더 나은 환경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 쿠팡이 근무 환경을 개선해서 노동자는 안전하게 일하고 소비자는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 일하다 죽는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목소리가 기업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를 더 공정하고 인간적으로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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