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긴 러닝타임, 관객은 국보가 아니잖아요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야 했던 영화 속 두 남자,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스크린 위에서 되살려낸 이상일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 뜨겁고도 뜨거운 광기의 시간에 관객은 홀리고, 동시에 지치기도 한다.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타고난 재능과 타고난 핏줄로 끝없이 경쟁하고 또 사랑하는 두 남자, 키쿠오와 슌스케의 이야기. 원작은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이며, 러닝타임은 무려 175분이다.
감독은 배우들을 1년 넘게 실제 가부키 수련에 투입했다. 무릎의 각도, 목의 선, 호흡의 쉼표까지 통제하는 방식은 더 이상 ‘연출’이라기보다 수행에 가까웠고, 그 결과는 모든 장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현지에서 “예술적 광기”, “마스터피스”, “전율”, “세기의 명작”, “레전드”라는 극찬이 쏟아진 이유를 부정하기 어렵다. 무려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은 힘도 그 미학적 완성도에서 비롯된다.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이자 동시에 한계는 긴 러닝타임 속에 반복되는 장인적 패턴이다. 장인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동일한 장면 구조를 집요하게 중첩하는 방식은, 일본 정서에서는 ‘깊어지는 미학’이 되지만 한국 관객에게는 길다, 과하다, 지친다로 번역될 수 있다.일본 사회에서 가부키는 ‘계승’이라는 집단 무의식 아래 존재한다. 그 유산의 서사가 곧 자기 정체성으로 이어지는 사회. 이 기반을 가진 관객에게 ‘국보’는 원초적 감각을 건드리는 영화다.작품 곳곳에 스며 있는 이상일 감독의 정체성 또한 중요하다. 재일 한국인이라는 그의 위치는 영화 전체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무대 위에서 피를 토하듯 외치는 키쿠오의 절규, 분칠이 번진 얼굴 너머의 민낯은 감독 자신의 내면과 포개져 보인다. 영화는 단 하나의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인다.그러나 그 질문의 깊이와 밀도만큼, 영화의 대중성은 뒤로 밀린다. 완성도는 압도적이지만, 모든 압도적 작품이 대중의 품에 안기는 것은 아니다. 태생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소재, 문화적 정서의 간극, 3시간을 관통하는 수행의 미학. 이 모든 요소는 한국에서의 흥행을 어렵게 할지도 모른다.다만 모든 숭고함이 대중의 언어로 번역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그 교차로에서 예술을 선택했다. 그 선택은 뜨겁고 치열하며, 때로는 잔혹하고, 무엇보다도, 대단히 고독하다. 어떤 관객에겐 그것이 고될 것 같다. 추신, 영화제가 제격이네요.
![3시간의 광기, 모두의 영화가 될 순 없을…‘국보’[한현정의 직구리뷰]](https://i.headtopics.com/images/2025/11/13/maekyungsns/5149884440365101247657-5149884440365101247657-F7377C61FAE7B0D74049BA1ADB557792.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