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이라고 하겠다. 그는 내 대학 시절 친구였다. 핸드폰도 삐삐(가 뭐냐고 묻지 마세요)도 없던 때 우리를 만나려면 학생식당으로 가면 되었다. 학생 수천 명이 우글거리던, 잠실학생체육관만 한 학생식당에서도 우리 둘은 딱 눈에 띄었다. 📝박찬일 (셰프)
김군,이라고 하겠다. 그는 내 대학 시절 친구였다. 핸드폰도 삐삐도 없던 때 우리를 만나려면 학생식당으로 가면 되었다. 학생 수천 명이 우글거리던, 잠실학생체육관만 한 학생식당에서도 우리 둘은 딱 눈에 띄었다. 나는 5월이 되도록 고등학생 때 입던 교련복 하의에 추리닝 상의였고, 김군은 군용 야상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치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 할 수 없지만 사실 입을 옷도 변변치 않았다. ‘같은 옷 계속 입기’로 치면 다른 동기인 이오성 군을 능가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는 입학 때 입은, 아마도 아버지가 쌀 팔아 전주 백화점에서 사주었을 ‘고르뗑’ 겨울용 싱글을 5월의 중간고사 이후에도 계속 입고 다녔으니까. 이오성 군은 진짜로 옷이 없었다. 하지만 김군이나 나도 비슷했다. 둘 다 어떻게 대학을 들어왔는지 의심스러운 재정 상태의 가정 출신이었다. 그와 친구가 된 건 아주 자연스러웠는데, 궁핍의 역사를 부끄러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팔리는 안주를 실컷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철없던 녀석들. ‘맥주 박스째 깔고 앉아 마시기’ 우리는 둘 다 졸업을 못했다. 그는 학교를 두어 학기 다니고 일찌감치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거지와 다름없었던 나는 그를 찾아가서 술이며 밥을 얻어먹었다. 그는 어느 야당 기관지 기자였는데 쥐꼬리만 한 급여로 식구들을 먹여 살렸고, 우리에게 거친 술도 샀다. 나는 자주 그에게 갔다. 그가 마감을 마칠 때까지 아홉 시고 열 시고 그의 일터 앞에서 기다렸다. 추운 날이었는데, 건물 밖 계단에 종이 박스를 깔고 하염없이 기다리니 수위 아저씨가 내게 들어와서 전기난로라도 같이 쬐자고 했던 게 기억난다. 김군이 환하게 웃으며, 군용 야상 대신 양복을 입고서, 감지 않아 늘 웨이브가 멋진 머리를 휘날리며 일을 마치고 나타나면 신이 나서 소주를 마셨다. 그는 소주를 좋아했고, 나는 맥주파였다. 그때 그가 정한 룰은 ‘맥주는 한 병까지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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