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도, 나도 앞으로 어떻게 살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r아빠 살아내다 요양병원
지난 추석은 아마 모두에게 남다른 명절이 아니었을까 싶다. 코로나 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그러니까 몇 명이든 상관없이 보고 싶은 가족·친지와 한자리에서 만나는 게 공식적으로 허용된 첫 명절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달랐다. 손을 잡을 수 있는 접촉 면회가 여전히 금지됐다. 요양병원에 있는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대면한 건 거의 석 달 전이었다.
보조 침대에 누우니, 문득 11년 전 어느 날이 떠올랐다. 무엇이든 열심히 해보려던 스무살에 나는 ‘보호자’로 병원에 불려갔다. 아버지가 쓰러졌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했다. 나는 아버지에게 남았고, 동생은 어머니를 따라갔다. 한부모가정이었기에 쓰러진 아버지의 유일한 보호자는 나 하나였다. 누군가 쓰러지면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도움을 받거나 조언을 구할 만한 어른이 내 주변에는 없었다. 그저 몸으로 부딪히며 눈앞에 벌어진 일들을 나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했다. 사람이 아프면 돈이 필요하고, 간병이 필요하며, 환자 대신 여러 큰 결정을 내리고 여러 행정 서류를 뗄 보호자도 필요하다. 모든 게 처음이었다. 겪는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그렇지만 치료만 끝나면 다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아버지가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예전처럼 일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다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버지의 몸은 과거로 되돌릴 수 없었고 아버지는 결국 실직했다.
‘아빠의 아빠’가 되어 그렇게 11년을 살았다. 그동안 쉬지 않고 일을 했지만 생계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아버지를 돌보는 과정에서 어쩔 줄 몰라 쩔쩔맸던 순간도 많았다. 또래들처럼 내 진로를 고민하고 무언가 배우기조차 쉽지 않았다. 이런 고통을 유별나게 나만 겪는 것일까? 나 말고도 누군가 또 어디선가 혼자서 이런 고통을 견디고 있지는 않을까? 이런 고통을 가족이라는 이유로 혼자서 다 감당하는 게 맞는 걸까? 경험했던 이들이 모여서 해결책을 고민해볼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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