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프레소-160] 영화 ‘업’ 수도권 주택 담보 대출을 6억원 이내로 제한한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발표 후 부동산 값의 급등세도 다소 잠잠해지는 모양새다. 서울의 아파트 최고가 거래량이 70% 넘게 감소하고 매매 계약 취소도 늘었다. 일각에서는 정책이 분명한 효과를 발휘해 집값을 잡을 것이라고 관측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고액 자산가만 수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수도권 주택 담보 대출을 6억원 이내로 제한한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발표 후 부동산 값의 급등세도 다소 잠잠해지는 모양새다.일각에서는 정책이 분명한 효과를 발휘해 집값을 잡을 것이라고 관측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고액 자산가만 수도권 집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며 반발도 나온다.오늘은 집을 사는 것도 지키는 것도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주는 미국 애니메이션 ‘업’을 함께 감상하면서 장면마다 담긴 경제 포인트를 짚어보기로 한다.
이 작품은 재개발 사업이 실시되면서 위기에 맞닥뜨린 노인의 삶을 비추며 시작된다. 이웃집은 모두 밀려나간 가운데 주인공 칼의 집만 덩그러니 남는다. 억만금을 준다고 하더라도 아내와의 추억이 곳곳에 묻은 공간을 팔 수 없었던 것이다.미국 시애틀의 이디스 메이스필드 할머니는 집 주변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게 됐지만, 자기 집을 끝내 팔지 않았다. 100만달러를 제안했는데도 거절한 이유는 자기 어머니와의 기억이 깃든 집이라는 것. 결국 해당 집만 빼고 쇼핑몰이 세워지고, 그 집 덕분에 쇼핑몰도 더 많은 방문객을 받게 됐다는 사연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칼은 자기 집에 풍선을 매달아 하늘 높이 띄운다. 철거를 피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되자 집 자체를 다른 동네로 옮기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리고 남미의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한다. 아내와 그곳을 모험하길 평생 꿈꿨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현실의 어떤 측면을 은유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를 댈 수 있겠지만, 하나는 시니어의 주거 문제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에게 꼭 필요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면서 집을 그대로 지키는 건 어려워진다. 칼처럼 오래 전에 집을 산 사람이라고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시세 차익이란 그야 말로 매각했을 때만 실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칼의 집 주변으로 쇼핑몰이 세워질 정도로 그 동네 부동산 가치가 오르는 동안, 물가도 많이 올랐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그렇기에 칼이 집을 띄워 남미의 폭포 옆으로 옮기는 이 시퀀스는 집값도 물가도 더 낮은 곳으로의 이주를 상징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아무래도 마땅한 돈벌이가 없는 노인이 미국 도심에서 생활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과제였던 것이다. 한국의 시니어 사이에선…주택연금 인기 ‘쑥’한국의 고령층 역시 은퇴 후 주거에 관한 고민이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와 지방 사이에서 물가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8월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가 만 50~56세 대도시 거주 직장인 2000명에게 ‘은퇴 후 주거지’에 대해 물었더니 서울 거주 직장인 중에선 47.3%만 서울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경기·인천이나 지방 소도시로 옮겨서 살고 싶다는 비율이 더 많았던 것. 반면 경기와 인천에 거주하는 사람은 은퇴 후에도 해당 지역에 살겠다는 비율이 62%에 달했다. 그래서 요즘엔 집을 그대로 두면서 생계도 유지하는 방안으로 주택연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주택연금은 집 주인이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연금처럼 생활 자금을 받는 제도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신규 가입은 1월 762건에서 매월 증가하며 3월부터는 매월 1000건을 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도 시니어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1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보유자 전용 상품인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 상품을 출시했다. 12억원이 넘는 집을 갖고 있지만 금융자산은 넉넉지 않은 고령 가구를 겨냥한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은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하나금융은 보다 비싼 주택의 소유자를 대상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모기지에 묶여 살아가는 사람들…6·27 대책이 매듭 풀까 칼은 악천후에 집이 불시착하게 되면서 집을 끈으로 등에 매단 채 이동하게 된다. 30년, 40년, 50년 주담대에 묶여 사는 개인을 은유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집은 나를 편하게 해주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소득의 상당 부분을 집에 갖다 바치며 내가 집을 모시고 사는 꼴이 돼버리는 것이다.빚투가 집값을 계속 떠올리고 있다고 판단해서 ‘빚’을 차단한 것이다. 사람들이 ‘똘똘한 한 채’를 갖기 위해 지출을 줄이면서 소비가 침체되고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자꾸 부동산으로만 돈이 가는 것을 막게 해서 우리 경제의 ‘돈맥경화’를 해소하자는 것이다.인간이 시스템을 한번 만들고 나면, 시스템 자체가 의지를 가진 생명체처럼 움직이게 되면서 ‘선의’만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이 온다. 지금의 부동산 또한 스스로 몸집을 더 불리고 싶어하는 괴물처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집값 잡기에 성공하기 위해선 부동산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기민하게 살피며 대응할 수 있는 능동적이고 탄력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 누구보다 집을 향한 애착이 컸던 영화 속 칼이 자기 상황에 맞춰 집에 대한 관념을 바꿔갔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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