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현경 소프라노-김영우 테너
지구 최남단에 위치한 호주 멜버른은 지금 가을 지나 초겨울에 접어들고 있다. 찬 공기 속, 밤하늘에는 자리가 바뀌는 별들이 반짝이고, 그 아래 온 도시에는 지금 '별은 빛나건만' 아리아가 퍼져 나가고 있다. 호주 국립오페라단과 오케스트라 빅토리아가 함께 하는 푸치니의 공연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는 이미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다.
그러니 문화의 도시라 자부하는 이곳에서 지금 공연되고 있다 해서 특별할 일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 소식이 전해졌다. 오케스트라 빅토리아의 악장, 의 타이틀 롤 토스카 역을 맡은 프리마돈나, 그리고 남자주인공 카바라도시 역을 맡은 테너. 말하자면 이번 공연의 '주역'들이 모두 한국인이라는 놀라운 사실이 바로 특별할 수밖에 없는 그 이유였다. 두 주인공을 지난 27일 멜버른 시내에 위치한 오페라 센터에서 만나 인터뷰했다.세계 곳곳의 오페라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손현경 소프라노는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후 이탈리아 페라라 컨소바토리오에서 디플로마를 하고 스칼라 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다시 모데나시 주관 미레라 프레니의 아카데미에서 디플로마를 한 뒤 한국은 물론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개최된 권위있는 국제 콩쿨에서 우승을 하는 등 유럽의 무대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2008~2009년 시즌 테아트로 베로나 필라모니코에서 베르디 의 리우 역을 맡아 성공적인 데뷔를 한 후 오늘까지 세계 곳곳이 다양한 무대에 주역으로 서며 커리어를 쌓아오고 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멜버른 아트 센터, 이탈리아 볼로냐 국립극장, 토리노 레지오 극장, 베네치아 페니체 극장, 프랑스 니스 극장, 스트라스부룩 극장, 몬테까를로 극장, 독일 스트트가르트 극장, 라이프치히 극장, 영국의 웰시 극장… 이루 다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곳에서 , 베르디의 등 최고의 작품들을 거장 지휘자들과 함께 공연해 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4년 전, 호주 예술인들의 상인 '그린 룸 어워드'에서 여성 리드 오페라 가수 부문을 수상했는데 이는 세계 최고의 '나비부인'이라는 의미가 담겨 앞으로도 미국, 유럽 등에서 의 주연으로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호주 국립 오페라와의 인연은 지난 2017년부터였어요. 등을 했는데 여러 작품을 하다 보니 제 목소리가 귀에 익은 때문일까요, 호주 고정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있는데요. 지난번 귀한 상을 수상하러 온 자리에서 카라는 어떤 작품을 하고 싶냐고 관계자가 물어보시기에 토스카 역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물어 보시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이번 무대에 정말 제가 가장 사랑하는 토스카 역할로 서게 되니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오페라 주연 프리마돈나답게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얼굴, 그러나 정말 그 대단한 소리는 어디서 나올까 싶게 가녀린 체격의 손현경 소프라노는 그렇게 이번 무대에 오르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저는… 흠... 지금 옆에 계신 손현경 선생님 앞에 명함을 내놓는 자체가 쑥스러울 정도라서요…" 마치 오래 아주 친하게 지내온 후배나 아는 동생처럼 사람 좋은 미소를 얼굴에 가득 담고 정말 조금은 쑥스러워 하며 자기 소개를 하는 김영우 테너는 이번에 의 남주인공 '카바라도시' 화가 역을 맡았는데, 호주에서는 데뷔 무대이다. 추계예술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아일랜드 왕립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을 수료하고 2016년 독일 쾰른 오페라 하우스 오펀 스튜디오에서 테너의 길을 걷기 시작한 김영우씨는 2018년부터 동 오페라단의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소속 오페라단의 공연이 쉴 때를 이용, 독일 내의 도르트문트, 에쎈, 작센, 하노버,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등에서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 중인데, 이번에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의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손현경 소프라노는 20년 가까운 세월, 세계 곳곳을 방문하며 수없이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같은 학교에서 같이 성악을 전공하며 만나 이후 줄곧 옆지기로 있어주며 연극, 뮤지컬, 클래식 프로듀서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남편의 응원과 힘이 컸다고 말한다. "제가 하는 일에 대해 그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고 제 목소리, 제 컨디션은 물론 미세한 감정 변화까지 가장 잘 아는 사람, 그리고 제가 행복하기를 가장 바라는 사람이잖아요. 응원에 진심과 사랑이 담겨 있으니 제겐 더할 나위 없는 큰 힘이 되어 준 거죠.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감사와 사랑이 가득 담겨 있음이 충분히 전달된다. 어렸을 때 "엄마, 노래 그만 두고 나 키워 줘"라고 투정을 했다가 또 한국에 오래 머물면 의아해 하고 걱정을 하며 "엄마 얼른 노래 연습 해"라고 했던 아들은 엄마 아빠의 모교에서 같은 전공을 택했다. 부부와 아들이 모두 선후배 사이가 된 것이다. 김영우 테너 역시 늘 '내 편'이 되어 든든한 응원을 보내 주는 아내와 함께 독일에 거주하고 있다. 고3 수능이 끝난 후에 성악의 길을 택했던 김영우 테너의 원래 꿈은 외항선을 타고 세계의 바다를 누비는 '선장'이었다. 그 역할도 상당히 잘 소화했을 거라는 말에 함박 웃음을 지으며 늦게 시작한 만큼 힘든 유학생활도 언제나 마음 다잡으며 최선을 다해 이겨냈었다고 회상한다. "동양인으로 드라마틱한 오페라의 무대에 서야 하니 여러가지 제약을 느낀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이미 편견이라는 선배님의 말을 마음에 새기며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자신감을 갖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는 힘들었던 유학생활도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힘들어도 노래, 기뻐도 노래… 이 길이 나의 길임을 확신하며 아름다운 테너가 되기 위해 달려온 것이다. 그래서 이제 이렇게 전 세계를 다니며 좋아하는 '노래'를 할 수 있으니 그게 '여유로운 여행'이 되지 않아도 마냥 행복하다고 말한다. 단 한 번도 후회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그는 정말 '행복한 테너'의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어떤 무대를 서도 관객의 숫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매 순간 최선을 다 하는 이유는 오늘 처음 온 관객이 또다시 클래식 공연장에 오고 싶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그 사명감이 저를 힘들게 하지 않고 오히려 매 순간 힘을 내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김영우 테너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이런 저런 길목 마다에서 이끌어 주신 김영환 은사님, 사무엘 윤 선생님 그리고 이제는 하늘에 계시는 베로니카 던 선생님과 독일에서 자리잡기까지 후원을 해 준 일신재단에 감사를 표했다. 호주 멜버른 공연 리허설 때 오케스트라 빅토리아의 악장이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유슬기씨라는 걸 알고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이 한껏 높아졌다는 두 사람은 앞으로 또 어떤 음악의 길을 걸어갈까. "음악을 시작했을 때 아버지가 물어 보셨어요. '너는 어떤 소프라노가 되고 싶니'… 그 질문에 내놓은 답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소프라노'가 되고 싶다는 대답이죠. 사실 그래요, 마음에 질투나 시기를 가득 담고 노래 하면 그게 표가 나더라구요. 당연히 관객들에게도 전달되겠죠? 그래서 행복을 드리겠다는 소망을 가득 담아 노래 하고 있습니다." "요즘 클래식이 대중화 되는 여러가지 길을 많이 봅니다. 필요하고 또 좋은 현상이죠. 그렇게 대중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는 것도 좋으니까요. 하지만 또 누군가는 클래식의 정통을 지키는 길을 묵묵히 가야 한다는 생각이 제겐 더 큽니다. 관객 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 드렸듯이 저 하나가 두드러지고 박수를 받기보다는 클래식이 클래식으로의 명맥을 잘 이어가도록 그 한 부분을 지키며 걸어가고 싶습니다."왜 인터뷰 시간과 지면은 늘 한정이 되어 있는 건지 또다시 마음 가득 아쉬워 하며 취재 수첩을 덮는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 음악에 대한 열정에 조금만 더 오래 함께 빠져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멋진 활동에 비해 참 초라한 인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만은 가득 담아 주먹 쥔 손을 흔들어 보였다. 세계의 오페라 하늘에 별이 되어 빛을 퍼뜨릴 이들의 앞날을 확신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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