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사회 정의'를 외치며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믿고, 또 어떤 사람은 '질서와 전통'이 무너지면 사회가 위험해진다고 느낀다. 같은 사건을 보고도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면 의문이 든다. '왜 저렇게 생각하지?' 혹은 '저 사람은 왜 이걸 문제라고 보지 않는 거지?' '해악 회피'와 '공정성'에 민감...
어떤 사람은 '사회 정의'를 외치며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믿고, 또 어떤 사람은 '질서와 전통'이 무너지면 사회가 위험해진다고 느낀다. 같은 사건을 보고도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면 의문이 든다."왜 저렇게 생각하지?" 혹은"저 사람은 왜 이걸 문제라고 보지 않는 거지?"이런 차이는 단순한 의견의 다름이 아니다. 사실 그 이면에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불안을 다루는 방식 그리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마음의 구조'가 존재한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이처럼 서로 다른 도덕 판단의 기준을 설명하기 위해 '도덕 기반 이론'이라는 틀을 제안했다. 그는 사람들이 도덕을 판단할 때 주로 다섯 가지 기준을 사용한다고 본다.하이트는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주로 '해악 회피'와 '공정성'에 더 민감하고,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나머지 세 가지 요소—충성, 권위, 순결—를 도덕 판단의 기준으로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동성 결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이런 차이가 드러난다. 진보적인 사람들은"해가 되지 않으면 허용되어야 한다"는 기준에서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 반면 보수적인 사람들은 그것이 질서, 전통, 순결성을 위협한다고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각자가 중시하는 도덕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또 다른 연구는 정치 보수주의를 불안과 위협 회피의 심리적 반응으로 설명한다. 존 조스트 뉴욕대 교수는 전 세계 2만 2000여 명의 데이터를 메타분석한 결과, 보수주의는 불안, 위협 민감성, 모호함에 대한 불편감, 질서와 구조에 대한 강한 욕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의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r은 보수주의와의 상관성 계수이다.즉, 보수적인 태도는 그 사람의 심리적 특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불안한 세상에서 질서와 예측 가능성을 추구하는 심리적 성향이 보수주의적 태도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이 외에도 흥미로운 설명이 있다. 바로 '도덕 보편주의'이다. 하버드대 벤저민 엔케 교수팀은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한 국제 조사에서, 타인에게 얼마나 보편적으로 신뢰와 배려를 보내는지가 사람들의 정치 성향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보았다. 보편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관심을 갖기 때문에, 복지, 환경, 외국 원조 등 진보적 정책을 더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가까운 사람에 더 신뢰를 보내는 사람은 경찰, 군대, 국경 통제 같은 보수적 정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보편주의 성향은 단순한 도덕 감정이 아니라, '세상에서 누가 내 편인가'를 구분하고 그에 따라 배려와 신뢰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차이가 정치적 견해의 핵심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다.미국의 정치심리학자 피터 하테미와 그의 연구팀은 이 물음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그들은 세 개의 대규모 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가진 정치 성향에 맞춰 도덕 기준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내가 '진보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공정성과 해악 회피를 중요하게 여기고, '보수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권위나 전통, 순결 같은 가치를 중시하게 된다는 것이다.위 연구 내용들 모두, 필자를 비롯한 주위에 적용해 보아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다. 여기서 잠깐 멈춰 생각해 본다. 과연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설명들이 정말 그렇게 뚜렷한 차이를 말해주는 것일까? 2024년 프랑스 정치심리학자 케빈 아르세노 교수팀은 이 질문을 다시 던졌다. 그들은 지난 수십 년간 쌓인 심리적·도덕적 차이에 대한 연구들을 메타분석한 결과, 생각보다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특히 경제 문제에서는 보수와 진보 사이의 차이가 거의 없었고, 차이가 있다고 해도 주로 문화적 갈등이나 도덕적 이슈에서만 나타나는 정도였다. 게다가 많은 연구들이 대학생이나 제한된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측정 방식도 일관되지 않아 과장된 결론을 낳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보수와 진보의 '심리적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 크기는 작고 과거 연구들이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지하였다.진보와 보수는 완전히 다른 두 집단이 아니라, 비슷한 심리적 기반 위에 각자의 경험과 환경, 신념이 덧입혀진 결과일 수 있다. 우리가 진짜 이해해야 할 것은 서로 얼마나 다른가가 아니라, 그런 차이가 '다르게 느낌'으로 어떻게 도출되었는가이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세상을 불안하게 느끼는가, 누구에게 신뢰와 공감을 보내는가, 어떤 질서를 편안하게 여기는가에 대한 심리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다름이 반드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설득하려 하기 전에, 먼저 서로의 마음 구조와 감정적 배경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Arceneaux, K., Bakker, B. N., Fasching, N., & Lelkes, Y. . A critical evaluation and research agenda for the study of psychological dispositions and political attitudes. Political Psychology. Enke, B., Rodríguez-Padilla, R., & Zimmermann, F. . Moral universalism and the structure of ideology. The Review of economic studies, 90, 1934-1962. Haidt, J., Graham, J., & Joseph, C. . Above and below left–right: Ideological narratives and moral foundations. Psychological Inquiry, 20, 110–119. Hatemi, P. K., Crabtree, C., & Smith, K. B. . Ideology justifies morality: Political beliefs predict moral foundations.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63, 788–806. Jost, J. T., Glaser, J., Sulloway, F. J., & Kruglanski, A. W. . Political conservatism as motivated social cognition. in The motivated mind, 129-204. London: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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