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초 영국 남부 해안 마을 리틀 햄프턴에서 일어났던 편지 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영화를 관람하기 전 대충 줄거리와 출연진을 봤을 때까지만 해도 소소한 영국영화 특유의 코미디를 떠올렸다. 연기력 출중하기로 정평이 난 올리비아 콜먼의 활약이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펼쳐질까 궁금해하며 큰 부담 없이 시작을 기다렸다. 하지만 초반을 지나자마자 이야기는 가벼움과는 거리가 먼 무게감과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치달았다. 작은 규모의 소품인데도 끝나기 직전까지 몰입되고 반전에 반전을 잇는 긴장감은 상당했다. 이 간단한 설정이 이렇게 치밀하게 구성될 수 있구나, 그리고 한 세기 전 영국의 상황이 작금 우리가 겪고 있는 한국의 현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탄식과 함께. 작은 마을을 뒤집어 놓은 편지 테러 의 전말 1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여전한 1920년대 초, 영국 남부의 해안 마을 리틀 햄프턴은 특별할 것 없는 작은 동네다. 이웃들끼리 속사정 모를 게 없는 전형적인 작은 사회인 이곳에서 누구도 일어나리라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터진다.
처음엔 사소한 해프닝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사건은 점점 화제가 되고 급기야 영국 전역을 뒤흔드는 논란으로 눈덩이처럼 커져만 간다. 연쇄살인마도 아니고 금융사기가 일어날 만한 배경도 없는 작은 마을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독실한 교회 신자이자 보수적인 가족과 함께 살던 독신 여성 '이디스'에겐 요즘 근심이 생겼다. 발송자 불명의 욕설 가득한 편지가 연거푸 도착한 것이다. 한두 통이 아니다. 어느새 편지는 두 자릿수를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다. 욕설의 수위 역시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음담패설이 가득한 편지 내용 탓에 이디스는 물론 가족들까지 정신적인 충격에 고통을 겪는다. 평온하던 마을 경찰서 역시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도무지 사건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는다. 이웃들은 마치 자기 일처럼 이 사건을 입에 오르내리며 범인을 추리한다. 그저 이야깃거리를 넘어 이제 주민들은 과연 누가 편지 테러의 진범인지 주변에서 용의자를 찾아 나선다. 곧 익명의 고발이 날아든다. 사람들은 역시 그랬다며 고발된 용의자를 범인으로 단정하기에 이른다. 그 대상은 바로 이웃에 사는 '로즈'다. 경찰은 그를 체포해 유치장에 가두지만, 로즈는 한사코 자신이 편지를 쓰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피해자인 이디스와 가족들은 그와 불화가 있었다고 증언할뿐더러, 주위에는 이디스와 로즈가 다툼이 있었다는 증인도 적지 않다. 마침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갈수록 파문이 커지자 얼른 해결하라는 내무부 장관 지침까지 나온 터라 지역 경찰은 로즈를 범인으로 확정하고 재판절차를 진행해 나간다. 보석금 낼 돈도 없어 로즈는 구금된 상태다. 이디스는 인터뷰를 통해 유명인사가 되고 주변의 동정을 받는다. 하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지역 경찰로 봉직하는 여경 '모스'는 사건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정말로 로즈가 진범인가? 따지기 시작하니 이상한 점이 속속 나타난다. 한 세기를 뛰어넘어 닫힌 사회가 갖는 편견과 대면하다 유럽대륙과 해협 하나 건너면 마주한 노스 햄프턴은 영국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이 자리한, 평소엔 그저 한적한 시골에 불과한 곳이다. 주민 대부분은 독실한 교회 신자이고 지역사회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영국의 전통 속에서 돌아간다. 사람들은 주말 교회 예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소소한 클럽 활동으로 소일하며 시간을 보낸다. 영국식 작명법에서 드러나듯 가족의 직업은 대대손손 계승되고, 이웃 사이에는 벽이랄 게 없이 속내까지 공유한다. 수백 년이 지나도 달리 변화란 게 없을 것 같은 풍경이다. 하지만 세계를 뒤덮은 전쟁의 상처는 마을 곳곳에 내려앉은 상태다. 누구나 남편을, 아들을, 하다못해 가족이나 친구를 떠나보낸 상태다. 세계대전의 참상과 함께 해가 지지 않던 대영제국은 서서히 몰락하는 중이다. 신실한 노동계급 주민들은 주일예배 때마다 차려입고 나오지만, 가난은 그들에게 늘 따라붙는다. 화장실과 욕조를 이웃과 공유해야 하는 이디스와 로즈의 집은 얇은 벽 하나로 겨우 구분되어 조금만 시끄러워도 이웃이 그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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