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도시락 먹고 '우주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점심시간 나를사랑하기 나를중심으로삶을살아가기 추억의도시락 긴장을풀어주는 박은정 기자
오전 심사가 끝나고 점심 도시락을 나누어 드릴 때였다. 일순간 분위기가 살짝 바뀐 느낌이랄까. 평가 동안의 심각했던 표정은 사라지고, 맛깔스럽게 담겨 있는 도시락 앞에서 심사위원들 표정이 아이처럼 밝아졌다.심사위원들이 볼 수 있게 자료를 만들고, 참석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대기 시간을 조율하고, 순서를 안내하면서 자료를 화면에 띄워 행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바삐 움직여야 한다.내 일의 주요 속성이 지원이다 보니 남들 눈에 드러나는 때는 문제가 생겼을 때다. 잘 하는 것은 기본이라 주목 받거나 칭찬 들을 일이 없다. 분명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바쁘고 긴장되는 것에 비해 드러나지 않는다. 가끔은 인정받고 싶은 기분이 된다.
와. 채소를 잘게 다져 단단하게 말아 한입 크기로 부쳐낸 계란말이, 매콤하고 새콤한 오징어 미나리무침, 견과류를 넣어 고소함을 더한 멸치볶음, 달짝지근한 불고기와 진한 된장 국 등 손이 가는 반찬들이 정사각 일회용기에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그동안 여러 행사용 도시락을 먹어 봤지만, 가장 괜찮았다고나 할까. 비슷한 처지로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도시락을 싸 오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 왔다. 흔쾌히 그러자 하고 도시락을 싸 와 먹었다. 하지만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사무실은 열린 공용 공간, 창문 없는 회의실에서는 밥을 먹으면 냄새가 남았다.
당시 내가 했던 일도 권한과 역할 범위의 차이만 있을 뿐, 지금처럼 누군가의 업무를 돕는 보조 역할이었다. 자료들을 입력하고, 문서를 만들고, 자잘한 지원적 성격의 사무를 보았다. 반복적이고 지난한 성격의 업무였지만 매일 성실히 일했다. 여전히 동네 작은 도서관이나 사내 도서관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책들을 빌려 보지만, 보고 싶은 책을 언제든지 사서 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그때와 비교해 지금의 내가 더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머뭇거리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랬다. 지난 15년간 일해 오며, 어느새 스스로를 주목받는 업무 뒤에서 그 일을 지원하는 업무를 기준으로 나의 성장을 한계 지었다. 내 일의 속성으로 나의 직장생활과 삶의 가치를 규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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