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엄마의 병세가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옆에 붙어서 엄마를 돌봐야 한다면, 또다시 자녀가 없는 나의 몫이었다. 엄마와 남편 중 하나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엄마라고 생각했다. ⬇️소소의 간병일기
결국 CCTV 설치하고 엄마 집으로 일러스트레이트 장선환 ☞한겨레S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검색창에 ‘에스레터’를 쳐보세요. “우리 이혼할까.” 남편과 식탁에 나란히 앉아 밥을 먹던 나는 기어이 속에만 담고 있던 말을 내뱉고 말았다. 눈물이 고인 채 입안에 밥을 욱여넣었다. “뭔 개똥 같은 소리를 삐악삐악 하고 앉았노.” 내가 헛소리를 할 때면 늘 하던 우스개로 남편이 대꾸했다. 경상도 억양만 약간 남은 그가 거의 유일하게 하는 사투리였다. 그래, 여기서 이혼이 왜 나와. 역시 내가 또 개똥 같은 소리를 했구나. 남편의 말에 나는 왠지 모를 위안을 얻었다. “그냥. 한명만 힘들면 되잖아.”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고 나는 급하게 의자에서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 공기에 정신이 조금 맑아졌다. 엄마가 암 진단을 받은 지 한달 만에 우리 4남매는 ‘간병인생 최대 위기’를 마주했다. 그동안 겪었던 갑작스러운 응급실행이나 항암 부작용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앞으로 엄마의 병세가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옆에 붙어서 엄마를 돌봐야 한다면, 또다시 자녀가 없는 나의 몫이었다. 엄마와 남편 중 하나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엄마라고 생각했다. 물론 ‘개똥 같은 소리’라는 남편의 대꾸에 ‘이혼’이라는 단어는 금세 마음에서 지웠다. 다시 생각해도 이성적인 판단은 아니었다. 이혼 대신 나는 엄마를 설득했다. “엄마, 지금 상황에서 ○○○ 집에 있는 건 무리야.” “그렇지….” 엄마는 말끝을 흐렸다. “우리가 돌아가면서 매일 엄마 집에 갈게. 주말엔 여기, 주중엔 저기로 엄마가 떠밀리듯이 옮겨다니는 게 나는 속상해.” 말은, 참 잘했다. 응급실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병원 전원을 마지못해 수용한 것처럼, 엄마는 강요에 가까운 내 설득에 또다시 마지못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엄마가 집으로 돌아간 뒤, 엄마 방과 거실엔 홈 폐회로텔레비전이 한대씩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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