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만보] 1987년 카투사에서 의문사한 김용권의 어머니 박명선①
박명선은 부스스 일어났다. 분명 아들 용권이었다. 모시적삼에 두루마기를 걸치고 제법 살이 오른 모습, 녀석은 뒷문으로 들어와 강의실을 둘러보더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손을 들어 '용권아'라고 불렀으나 어미의 목소리를 못 들었는지 돌아보지 않는다. 아들을 쫓아가려고 용을 썼으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던 인사계 중사는"10시 50분경 김용권 상병이 자기 방 침대 난간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었다. 한미야전사 범죄수사대가 조사를 했고 11시 23분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라고 말했다. 박명선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인사계의 멱살을 잡고"이놈아, 바른대로 말해"라며 흔들었다. 10시에 통화할 때만 하더라도 용권이의 막사까지 다 찾아봤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갑자기 변사체가 되어 나타났다니 믿을 수 없었다. 박명선은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바른대로 말해, 바른대로 말해"라고 외쳤다. 미8군의 육군 소장인 에이치엘 참모장은"2월 19일 07:30분 점호 시에 안 보여 121병원에 간 줄 알았다. 그런데 2월 20일 07:30분 점호 시에도 안 보여 121병원 입원과에 전화를 했다. 지정진료 날 외에 김용권 상병이 오지 않았다고 해 영내를 철저히 수색했고 10시 50분에 비상 열쇠로 김 상병의 방문을 열어 사체를 발견했다"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전두환 정권은 김용권 사건이 발생하자 몹시 긴장했다. 1987년 1월 14일 김용권이 죽기 한 달여 전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 숨졌다. 2월 7일에는 명동성당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박종철 추도회가 열렸고 49재에 맞춰 3월 3일에는 진상규명을 위한 대규모 가두행진이 예정되어 있었다. 박종철의 죽음으로 위기에 처한 때, 김용권의 죽음이 자칫 정권 퇴진 투쟁의 거대한 풀무가 될까 봐 크게 당황한 것이다. 전두환 정권은 이런 요구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외려 탄압으로 나왔다. 동대문경찰서는 부검 당일인 2월 27일 기독교회관을 압수수색하고 2월 28일에는"허위 소문을 유포한다"는 명목으로 김상근 목사를 연행했다. 김동완 목사도 3월 3일 성동경찰서로 붙잡혀갔다. 두 목사의 연행과 구류 처분에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자 30여 명이 항의 농성에 들어가고 일반 신도도 성명을 발표하면서 싸움에 동참했다. 이렇게 불씨가 커지자 문공부 장관 이웅희는 직접 나서"젊은 병사의 죽음은 애석하나 시중의 풍문은 허무맹랑한 낭설"이라고 말하며 사태 확산을 막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미국기독교협의회를 비롯해 세계기독교협의회까지 전두환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며 파장은 점차 커져갔다. ▲ 김용권이 군에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 박명선 제공이때 박명선은 청와대 관련 일을 하는 종조카의 전화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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