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세계사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l 흐름출판 l 2만6000원 명절이 두려운 사람은 산더미 같은 전을 부쳐야 하는 며느리만은 아니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쓰레기장 일꾼들도 마찬가지다. 지자체들은 추석과 설날 시즌마다 평소보다
쓰레기의 역사는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에 쓰레기를 떠넘기는 역사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찾고 있다. 흐름출판 제공명절이 두려운 사람은 산더미 같은 전을 부쳐야 하는 며느리만은 아니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쓰레기장 일꾼들도 마찬가지다. 지자체들은 추석과 설날 시즌마다 평소보다 2∼3배 이상으로 쏟아지는 쓰레기와 전쟁을 벌여야 한다.
중세와 근대 초기 난파선을 살펴보면, 배는 다른 배에서 떼어낸 나무판자로 얼기설기 만들어져 있다. 근대에는 자투리 천을 재활용해서 종이를 만들었는데, 종이 수요가 늘어나면서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천을 구하는 상인들이 있었고, 런던과 파리에는 중고 의류와 직물을 받는 환전소도 있었다. 뼈, 유리, 금속은 갈고, 가열하고, 녹여서 다시 쓰는 게 당연했다.귀족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하루 먹고사는 절대빈곤의 시기였기 때문에 무언가 새것을 산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18세기까지 노동계층은 새 옷을 사는 일도 없었다. 대부분 중고시장에서 옷을 사 입었으며, 아이들은 어른 옷을 줄여서 입었다. 귀족층도 드물지 않게 재활용에 참여했다. 원하는 옷을 다 살 수 없었던 귀족 부인들은 드레스에서 금실을 뽑아내 팔거나 재활용했고, 가진 물건의 중고거래를 통해 번 돈으로 새로운 유행템을 구매했다.
역사가 라인홀트 라이트는 쓰레기와 재활용의 상관관계를 간단한 법칙으로 일반화했다. 물건이 재활용될지 여부는 자본과 노동비용의 상대성에 달려 있다고. 노동력은 풍부하고 저렴한 데 반해 원자재와 물건이 귀하고 비싸다면 사람들은 재활용하게 된다. 반면, 물건값이 노동 비용보다 저렴해질수록 재활용의 가치는 줄어든다. 이 변곡점이 ‘산업혁명’이다. 저렴한 대량생산의 물꼬를 튼 산업혁명은 재활용하는 것보다 새것을 만들어내는 것의 비용을 낮추기 시작했다. 슈퍼마켓이라는 새로운 유통 시스템의 등장도 대량소비에 불을 붙였다. 슈퍼마켓은 1920년대에 미국에 도입됐고 1950년대부터 유럽으로 확산됐다. 소비자는 물건에 대해 판매자와 대화나 흥정을 하면서 물건을 고르는 대신, 선반에 진열된 수십, 수백가지 상품들의 가격표와 정보를 빠르게 훑어보면서 ‘싹쓸이’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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