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살인 여파는 여전한데 여가부 폐지 발표... 이건 백래시다 여성가족부 페미니즘 김창인 윤석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 김창인 기자
며칠 전, 지난 몇 년간 보지 못했던 지인 A와 우연찮게 마주쳤다. A는 같이 일하던 동료 남성으로부터 한 달여간 스토킹 피해를 당한 끝에 불안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이었다. 마주쳤을 때는 경황이 없어 길게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는 최근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아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런데 신당역 살인사건이 알려진 지 3주가 지난 10월 6일,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대선후보일 때부터 여가부 폐지를 거론한 것이 공표된 것이다. 위 기구들은 국가의 성평등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구로서 성차별 관련 감시‧구제 등 성평등관련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 및 시행하고 있다. 이들은 1995년 UN에서 채택된 '베이징 선언 및 행동강령'에 근거해 성평등·젠더 관점에서 여성정책을 집행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한국의 여가부 역시 예외가 아니다. 베이징 선언 이후 16년이 지난 2021년에도, UN 여성지위위원회는 각국의 성평등 전담기구를 강화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것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이다.
이마저도 세부 내역을 따져보면 성범죄 대응 및 경력단절여성 지원 등 성평등 정책에 관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 예산은 여가부 전체 예산의 17.9%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 대부분은 가족 정책 및 청소년 정책에 투여된다. 여가부 폐지론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은, 하나 같이 이런 잘못된 상식에 기반하고 있다.현재의 여가부를 반드시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여가부를 적극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그러나 그 개편의 올바른 방향은, 지금 윤 정부의 결정처럼 타 부처 산하기구로의 격하가 아니라 포괄적 성평등 기구로의 '격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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