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원짜리 강원 동해안 화력발전소, '개점휴업'으로 점점 심각해지는 전력 안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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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 원짜리 강원 동해안 화력발전소, '개점휴업'으로 점점 심각해지는 전력 안보 위기
수조 원짜리 발전소전력 생산송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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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안 지역에 건설된 대규모 화력 발전소들이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어 '유령 발전소'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송전망 부족으로 전력을 송출할 수 없는 현실에, 심각한 전력 안보 위기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정부 차원의 정책 미비 그리고 지방자치와 국가 기반 인프라 구축 사이의 갈등, 그리고 정치적 단기 논리에 휘둘리는 에너지정책으로 인한 부산물이기도합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 전국적으로 전력 사용량이 치솟고 있다. 그러나 강원 동해안에 들어선 대규모 화력발전소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 있다.AD 강릉시 안인리에 거주하는 손영희씨는 수년간 발전소 공사 소음과 분진을 참아가며 살아왔다. 그는"공사한다고 먼지 뒤집어쓰고 살았는데, 완공해 놓고도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다니, 이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의 집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에는 웅장한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섰지만, 굴뚝에서는 연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삼척 맹방에 거주하는 또 다른 주민은"한두 푼도 아니고 수조 원짜리 시설인데 이렇게 세워두기만 하다니, 정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유령 발전소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도 들려온다.강릉 안인화력발전소, 삼척 맹방 블루파워 등은 모두 민간자본 수조 원이 투입된 대규모 민자 화력발전소다. 하지만 이들 발전소가 정상 가동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낼 핵심 송전망이 아직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강릉안인화력은 현재 가동률이 2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삼척화력 1·2호기도 가동률이 10%에 불과하다. 전력을 생산해도 보낼 수 없어 사실상 '놀고 있는' 설비가 된 셈이다. 한 발전소 관계자는"수천억 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으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부도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적 이해관계, 지역 사회의 반발, 기술적 어려움. 모두 현실적인 장애물이지만, 결국 전기는 전등을 켤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지금처럼 수조 원짜리 발전소들이 공회전만 하고 있는 상황을 손 놓고 두기도 어렵다. 한전이 추진 중인 4조 6천억 규모의 '500kV HVDC 동해안-동서울 건설사업'의 경우, 마지막 종착지인 경기도 하남시에서 제동이 걸렸다. 하남시가 변환소 증설에 필요한 경관심의를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인허가 절차가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이 사업은 동해안 지역의 신한울·강릉·삼척 등 신규 발전소에서 생산된 총 17GW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초고압 직류 송전망 구축 사업이다. 울진, 삼척, 동해,강릉에서 시작해 가평을 거쳐 하남에 이르는 국내 최장 280km의 HVDC 송전선로가 핵심이며, 전국 12개 지자체를 관통한다. 그중에서도 하남은 이 사업의 종착지이자 동서울 변환소가 들어설 핵심 요충지다. 그러나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하남시가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수도권 전력 공급의 마지막 고리가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한전은 지난해 8월 하남시에 변환소 증설을 위한 건축 인허가 신청 4건을 제출했으나, 하남시는 이를 불허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2024년 12월 행정심판위원회에서 뒤집히며 한전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행정적으로는 문제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재협의 과정에서 하남시는 또다시 '경관심의 미통과'를 사유로 인허가를 지연시키고 있다.실제 경기환경운동연합은 경기행심위가 한전의 행정심판 청구를 인용하자,"이번 결정은 행정심판의 본래 취지인 국민의 권익 보호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의무를 간과하고, 경제적 논리와 사업 편의성을 앞세워 국민의 기본권을 후퇴시킨 결정"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하남시는 주민들의 환경권 보호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행정소송과 헌법소송 등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전 측은 주민 의견 수렴이 미진했다는 주장에 대해"전체 280km 구간에 걸친 79개 마을과 100% 협의 완료를 마쳤고, 하남시만 유일하게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또, 이번 지연으로 인해"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수도권 데이터센터, 하남 교산신도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변환소 인허가가 계속 지연되면 수도권 전체 전력망 안정성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정부와 국회도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3월, 정부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제정·공포, 주요 송전망 사업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자체와의 협의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하남시의 사례는 특별법의 실효성에 근본적 의문을 던지고 있다. HVDC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지방자치와 국가 기반 인프라 구축 사이의 구조적 충돌을 드러낸다. 주민들이 환경, 건강, 경관 문제를 이유로 대형 설비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지만, 전 국민이 이용하는 공공 전력망이 지방의 거부권에 가로막히는 현실은 또 다른 딜레마를 낳고 있다. 송전망 지연 뿐만 아니라, 정권이 바뀌며 에너지 정책 기조가 변한 것도 원인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탈원전 폐기'를 선언하고 원전 중심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 결과, 이미 완공된 화력발전소들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에너지 정책이 얼마나 정치적 단기 논리에 휘둘리는지를 보여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달라지고, 그 여파는 지역 주민과 국민이 감당하게 된다. 발전 인프라는 수십 년을 내다보며 설계돼야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수조 원을 들여 세운 초대형 화력발전소가, 정작 전력이 가장 절실한 폭염 속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존재 이유를 다시 물어야 한다. 강원도 강릉 안인과 삼척 맹방에 건설된 석탄화력발전소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환경 훼손 논란을 딛고 어렵게 추진됐다. 공사 기간 수 년간의 소음과 교통 혼잡, 해안 침식 피해 등을 감내한 주민들에겐"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 그 거대한 설비는 멈춰 선 채로 '유령 발전소'라는 오명만을 안고 있다. 분명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과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석탄, 탄소중립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다. 하지만 그 전환 과정조차 국민의 삶을 외면한 채 추진된다면, 그것은 정의로운 전환이라 부를 수 없다.전력은 충분한데, 길이 없다... '전기 고속도로'가 멈춰선 나라 이른 무더위가 예년보다 한발 앞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7일부터 이틀 연속 7월 전력 수요 최고치를 갈아치운 데 이어, 9일에도 90GW를 넘기며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다. 이번 주에만 전력 수요 '톱 10' 중 두 자리를 새로 채웠다. 전력 수요는 또 한 번 기록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국가 전력계획은 발전소를 짓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에너지의 길'을 여는 일, 송전 인프라를 국가 전략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만들어 놓고도 쓰지 못하는 전기만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정전과 전력 불안이라는 형태로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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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 원짜리 발전소 전력 생산 송전망 전력 안보 환경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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