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감로골서 50년 넘게 가게 지켜온 '감로상회' 김영복·염광자 부부
충북 옥천군 군북면 증약리 감로골 마을 진입로 어귀, 이곳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간판 없는 슈퍼'가 한 곳 있다. 건물 앞쪽의 쉼터 의자와 건물 한쪽에 달린 담배 간판이 슈퍼로서 이곳의 정체성을 일러주는 듯한데... 가판대 위에는 과자류, 냉장시설에 음료가 가지런히 놓인 것을 보면 생명이 남아있는 슈퍼다. 1972년부터 지금까지 50여 년간 감로골서 슈퍼를 운영해온 김영복·염광자씨 부부를 만났다.김영복씨가 처음 이곳에 슈퍼를 연 것은 1972년. 아직 도로가 포장되지 않고, 이렇다 할 대중교통도 없던 시대였다. 당시 70여 호 200여 명이 거주했던 감로골에서 주민들은 계란이라도 한 판 사려면 옥천읍까지 2시간, 대전역까지 3시간 걸려 걸어가야 했다. 버스를 타려 해도 국도변까지 30분은 족히 걸어야 했으니,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지금과는 달리 처음에는 목조 슬레이트 건물 형태였다. 1978년 정부에서 주택개량사업을 한 이후로 지금의 형상으로 바뀌었는데 그의 예상대로 슈퍼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계란, 과자류, 음료, 주류 외에도 양초나 풍선, 어린이 놀잇감과 같은 잡화도 이곳에서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아내 염광자씨와 번갈아 옥천읍 도매상점인 조흥상회에서 물건을 가져다 판매했다. 막걸리도 가판대에서 빠지지 않았다. "자다 깨면 피곤해도 손님이 찾는데, 어떻게 해요. 잠깐 일어나서 물건 내어주고 그랬지. 지나는 길목이어서 평소에도 쉬었다 가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가끔 밤중에 소란스러운 사람들이 들르면 힘들었지." 두 사람은 1970년대가 슈퍼의 전성기였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엉덩이 붙일 틈 없이" 바쁘게 물건을 내어주고 또 도매점에서 물건을 받아오던 시기였다. 부부는 그렇게 슈퍼를 운영하며 또 농사를 지으며 3남매를 길러냈다.
슈퍼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한 것은 마을 도로 사정이 개선되면서부터였다. 1980년대 좁고 비포장이던 마을 도로가 확장·포장되기 시작한 것. 이전보다 쉽게 버스를 타고 옥천읍에 나가고 자가용이 생기면서 더 이상 동네 슈퍼에서 무언가를 구매하는 일이 적어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옆에 따로 있던 담배 가게를 인수하기도 했는데, 담배 가게 주인이 연로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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