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해외봉사] 내가 봉사자로 몸담았던 이곳이 더 건강하고 풍요로워지기를
오랜만에 갖는 여유다. 민도로섬 화이트 비치의 하얀 모래가 햇빛에 은빛으로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일년내내 지칠 줄 모르고 쩌렁쩌렁하던 햇빛과 습한 날씨가 나를 몹시도 지치게 했었는데, 오늘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남중국해의 잔잔한 물결이 호수처럼 푸르다. 멀리서 느리게 지나가는 함선이 꿈처럼 아련하다.
해외 살이에서 먹거리만 해결되면 만사가 형통한다. 그래도 다행히 점심은 학교에서 해결하고, 아침은 과일로 때웠다. 저녁이 문제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이 생겨 재래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채소와 참치통조림 등이 좋은 찌갯거리가 돼 주었다. 한국에서 종자를 가져와 학교 실습농장에 파종한 고추, 상추, 토마토, 가지 등은 수확기에 접어든 것도 있고 어린 모종인 것도 있다. 이들은 충분히 발효된 친환경 미생물제제와 유기 퇴비를 양분 삼아 자랄 것이다. 그걸 함께 심었던 학생들도 학기를 마치고 상급 학년으로 올라가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것이다.학생들과 교직원이 함께했던 체육대회, 세미나, 워크숍과 한국문화축제는 참여한 모든 사람이 꿈과 희망을 나눠 가지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그런 행사를 통해 개인은 물론 조직의 발전을 위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나도 그런 행사를 통해 그들과 더불어 정을 나누고 한국 문화를 소개함으로써 서로를 알아갈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필리핀에 함께 파견된 동료 단원 아홉 명 중 두 명은 본인이 이루고자 했던 목표와 파견기관에서 필요로 했던 요구사항들이 맞지 않는 탓에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중도에 귀국했다. 서로의 꿈과 요구가 합치되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봉사단원들이 해야 할 소양이다.원하는 걸 다 해주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들이 자주적으로 그것들을 구축했으면 하는 마음도 생겼다. 필리핀은 6·25전쟁 전에는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였다. 우리나라에 경제적으로 원조도 해주고 6·25전쟁 당시에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병력도 파병해 준 나라다. 그런 그들이 왜 지금은 이렇게 사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그들 스스로 자문하지 않고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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