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으로 그려 넣은 격자무늬, 캔버스에 그려진 수평선들 사이에 채워넣은 옅고 묽은 물감들. 아그네스 마틴(1912~2004)의 작품을 한 점만 놓고 봤을 땐 그 진가를 알아...
아그네스 마틴, ‘아기들이 오는 곳’, 1999, 캔버스에 아크릴, 연필, 152.4 x 152.4 cm, 디아파운데이션. Estate of Agnes Martin Artists Rights Society
미니멀한 백색 건축물에 장식이랄 것 없는 단순한 줄과 선, 연하디 연한 색채로 이뤄진 아그네스 마틴의 그림은 맞춤한 듯 어울렸다. 통창으로 햇빛이 눈부시게 비치는 복도를 뒤로하고 전시실로 들어오면 하얀 전시실 벽에 마틴의 그림들이 걸려있다.강원도 강릉시 솔올미술관에서 ‘아그네스 마틴 : 완벽의 순간들’ 전시가 열린다. 지난 2월 개관한 솔올미술관은 첫 전시로 ‘공간주의’를 창시한 이탈리아 거장 루치오 폰타나의 전시를 선보인데 이어 두 번째 전시로 미국 추상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아그네스 마틴의 전시를 선보인다. “2년도 훨씬 전 김석모 솔올미술관장으로부터 한국의 한 도시에 새로 지어질 미술관에서 열릴 전시 초대를 받았습니다. 새로운 건축물의 계획을 공유받았을 때, 미술관이 마틴의 작품과 조화를 이룰 것을 즉시 확신했습니다.”
1955년 마틴이 구상회화를 벗어나기 시작해 원형, 삼각형, 사각형과 같은 기하학적 언어와 차분한 색상으로 옮겨가기 시작해 선과 격자로 이뤄진 완전한 추상세계로 옮겨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틴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나무’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리움미술관 소장품인 ‘나무’는 대형 캔버스를 오로지 직사각 격자로만 채워넣었다. 마틴은 ‘나무’를 그리게 된 순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마틴이 1999년 양로원에서 그린 8점의 ‘순수한 사랑’ 시리즈로 채워넣은 3전시실은 또다른 느낌을 준다. 연필로 그어진 수평선 사이를 연노랑, 연하늘, 연분홍의 파스텔톤 색채로 칠한 그림들이 부드럽고 따스해 순수한 기쁨을 떠올리게 한다. 영국의 비평가 올리비아 랭은 “모래와 살구, 아침 하늘빛을 닮은 색층”이라고 말했다. 아주 묽게 희색해 투명에 가까운 색상들을 마틴은 ‘원색’이라고 불렀다. 강릉 솔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그네스 마틴: 완벽의 순간들’에서 볼 수 있는 아그네스 마틴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에서 나오는 아그네스 마틴. 강릉|이영경 기자마틴은 어린 시절 지나치게 엄격한 어머니의 통제 속에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선불교와 도교를 접하면서 숨통을 트여줄 해방구를 보았다. 마틴의 작품세계는 이런 사상적 배경 속에서 형성됐다. 마틴은 ‘목소리’라 부르는 환청을 듣기도 했으며, 조현병을 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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