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길이 없을 거라는데 내게는 보이는 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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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 사람들은 왜 정원을 갖고 싶을까] 내가 처음부터 행잉바스켓에 꽃혔던 건 아니었다. 행잉바스켓을 알기 전에 도서관에서 먼저 발견한 책이 있다. 寄せ植え(요세우에)라는 모아심기 기법서다. 정원 관련 책을 구경하다가 발견했다. 하나의 화분에 다양한 초화류를 심어 한 계절을 즐긴다는 포맷이 맘에 들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가 처음부터 행잉바스켓에 꽃혔던 건 아니었다. 행잉바스켓을 알기 전에 도서관에서 먼저 발견한 책이 있다. 寄せ植え라는 모아심기 기법서다. 정원 관련 책을 구경하다가 발견했다.

하나의 화분에 다양한 초화류를 심어 한 계절을 즐긴다는 포맷이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 잡았던 건 모아심기가 표현할 수 있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이었다. 요세우에와 행잉바스켓과 다르다. 초화류를 모아 심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많다. 행잉바스켓은 전용화분에 심어 공중에 매달거나 벽에 거는 것이고 요세우에는 일반화분에 심어 바닥에 둔다. 화분도 다르고 심는 기법도 차이가 있다. 요세우에 기법은 3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 작품 목적에 맞는 메인 꽃을 정한다. 둘째, 주제에 맞는 스타일을 정한다. 어울리는 화분이나 서브 식물을 고르기 위해서다. 식물이 몸이라면 화분은 옷이다. 셋째, 디자인을 생각한다. 디자인은 높이를 기준으로 맨 위와 가운데, 아랫부분, 3부분으로 나눈다. 정면에서 볼 때 뒷부분을 높게 올려 세워주고, 중앙을 풍성하게, 맨 앞을 낮게 또는 아래로 늘어지게 배치한다. 주의할 것은 3개의 부분으로 나눴지만 전체가 하나로 어울려야 한다. 어울림은 모든 디자인 핵심이다. AD 도서관에는 요세우에 책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두 군데 도서관을 돌면서 10권을 골랐다. 나한테 맞는 책을 선별하고 핵심을 뽑아내기 위해서다. 유튜브 동영상도 검색해봤다. 다양하고 생생한 정보들이 많았다. 몇 군데 채널에 구독을 눌러뒀다. 일단 자료는 찾았으니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부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삽목을 공부하기위해 조경사 시험을 쳤던 것처럼 이번에도 뭔가 목표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달랐다. 이곳은 일본이고 국가 자격시험같은 건 자국민이 아니면 응시조차 어려운 일일 것이다.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평소처럼 아카시씨네 삽목 농원에 들렀다. 사무실 외벽에 화분이 걸려 있었다. 모아심기에 관심을 갖다보니 그게 눈에 띄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카시 씨에게 물어보니 부인이 행잉바스켓 마스터란다. 평소 그쪽에 관심이 많아 작년에 자격을 땄단다. 마스터는 벽걸이 화분을 가르치는 강사다. 이런 것도 있구나. 돌아가신 아카시씨의 어머니도 평생 행잉바스켓 강사로 일 하셨단다. 관심을 가지고 보니 여기 저기서 행잉바스켓이 나타난다. 세상 참 좁다. 아카시 부인에게 자세히 알아봤다. 일본에 행잉바스켓 협회가 있는데 일년에 한 차례 시험이 있단다. 올해는 9월말에 시험 예정이라고 한다. 더구나 행잉바스켓 시험은 요세우에 분야도 포함된단다. 일본에 본격적으로 행잉바스켓 바람을 몰고 온 것은 1990년 오사카 박람회였다한다. 박람회 열풍을 기반으로 96년에 일본 행잉바스켓 협회가 발족되고 지도인력 양성을 위해 강사 시험도 실시하게 됐다. 30년 동안 배출된 강사도 전국적으로 3천여명이나 된단다. 응시할 수 있다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터였다. 협회에 한국인도 응시 가능하냐고 메일을 넣었다. 담당자에게서 답변이 왔다. 자격시험이기 때문에 국적 제한이 없단다. 국가시험이 아닌 게 나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집에와서 응시원서를 인쇄해서 작성에 들어갔다. 항목에 따라 적어 내려가는데 아래 쪽에 기존 마스터의 추천이라는 항목이 눈에 띈다. 아는 사람이 아카시 부인밖에 더 있는가. 부탁했다. 자기는 햇병아리 강사라서 더 적합한 분을 소개해주겠단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지금도 지도를 받으며 공부하고 있는 선생님이란다. 그쪽에서 내 사연을 듣더니 자기가 허락하겠으니 거기에 자기 이름으로 사인을 해도 된단다. 얼굴도 한 번 보지 않고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일본은 신용 사회였다. 제자 말만 듣고 당신 사인을 허락하는 마음이 고마웠다. 한편으로는 제자가 추천하는 사람이라면 볼 것도 없다는 깊은 신뢰도 느껴졌다. 아카시 부인이 나를 소개하는 이야기를 계속하니까 그쪽에서 만나 보고싶어 하는 눈치다. 나도 추천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해야 하고 겸사겸사 2시간 후로 약속을 잡았다. 선생이 계신 곳은 요시이라는 마을이다. 다누시마루에 거처를 잡고 생활하던 시절 자주 갔던 곳이다. 아카시 부인에게 주소를 받아들고 출발했다. 자전거로 시간 반은 족히 걸릴 거리였다. 아무리 행잉바스켓에 꽂혔다 한들 한여름 땡볕에 자전거로 먼 길을 나선다는 건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자전거로 달리는 도중에 옛날 다누시마루 시절 생각이 났다. 무려 십년 전 일이다. 요시이는 옛 건물들이 많이 보존된 곳이라 자주 구경하러 갔었다. 그때 내가 행잉바스켓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내 삶은 더 풍요로워 졌을까? 사람에게는 그 일이 딱 맞는 시절이라는 게 있다. 아마 그때는 때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이 일생 동안 모르고 사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요시이에 도착하니 선생이 기다리고 계신다. 古賀라고 자기 소개를 한다. 내 자전거를 보더니 젠도지에서 여기까지 이걸 타고 왔냐며 깜짝 놀란다. 사무실로 안내를 하더니 차를 내온다. 어떻게 한국 사람이 행잉바스켓에 관심을 가지게 됐냐는 둥 이것저것 묻는다. 그동안 겪은 이야기들을 했다. 그런 일들이 있었냐며 관심 깊게 듣는다. 자기는 24년 전에 영국의 지인을 방문했을때 처음 행잉바스켓을 봤단다. 장식해놓은 꽃을 보고 감명을 받아 행잉바스켓 공부를 시작했단다. 24년 전이라면 일본 행잉바스켓의 여명기에 해당된다. 나는 지금 일본 행잉바스켓의 살아있는 역사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행잉바스켓 만드는 것을 보고 싶냐고 묻고는 바로 작업 공간으로 이동한다. 자전거로 한 시간 반을 달려온 나에 대한 배려였을 것이다. 두 평 남짓한 공간 벽에 행잉바스켓 작품들이 여러 점 걸려 있었다. 바닥에는 재료 화분들이 질서 정연하게 놓여 있다. 나는 양해를 구하고 스마트폰 동영상 버튼을 눌렀다. 그녀가 꽃을 심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행잉바스켓 겉모양만 보고 이쁘게 만드는 것만 중요한 줄 알지만 더 중요한게 있어요. 헹잉바스켓은 살아있는 식물을 다루는 겁니다. 식물은 생장하고 변화합니다. 개개의 식물들이 한 화분에 담기면 저마다 특성을 발휘하며 서로 어울리며 자랍니다. 꽃을 심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예요.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 관리가 훨씬 더 중요해요. 제대로 된 작품이 탄생하려면 마스터의 보살핌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합니다. 너무 자라면 잘라주고 얼굴을 내밀지 않는 꽃은 원인을 찾아 해결해 줘야 합니다. 시든 꽃은 따주고 벌레도 잡아주고 아침저녁으로 살펴가며 모든 상황에 대처해줘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주기 입니다. 물주기는 손으로 겉흙을 만져봐서 물기가 없을 때 흠씬 줍니다. 말은 쉽지만 해보면 생각보다 어려워요. 이 바닥에서는 물주기 3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겁니다. 꽃과 함께 아파하고 꽃과 함께 즐거워해야 하는 것이 꽃집사의 숙명입니다." 그녀가 전용 행잉바스켓 화분에 능숙한 솜씨로 배양토를 채워가며 들려준 이야기다. 34년 경력의 대 마스터 고가 선생에게서나 들을 수 있는 명 조언이었다. 땀 빼며 달려온 보람이 있었다. 여기 오길 잘했구나. 시내를 돌며 시행중인 거리 경관개선사업도 구경시켜줬다. 상가 입구마다 베고니아 화분이 걸려있다. 오래된 건물들의 중후한 색들과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베고니아 꽃의 선명한 붉은색이 튀어보일 듯도 한데 악센트처럼 잘 어울리는 배색조합이다. 오래 전부터 자치단체와 연계해서 벌이고 있는 사업이란다. 이 거리에 꽃이 없었다며 얼마나 황량했겠느냐고 그녀가 핸들을 잡은 채 혼잣말처럼 이야기한다. 뭔가 신념이 느껴졌다.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거다. 내가 이 곳을 지날 때마다 오래 된 노포 기둥에 빨간 베고니아가 걸려 있는 풍경이 맘에 들었는데 선생의 작품이었다. 아름다운 가로 환경은 공공자산이다. 교토는 가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간판 규제까지 있다고 들었다. 개인건물이라도 외관은 지역경관의 구성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선생의 베고니아 행잉바스켓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지역에 활기를 높여준다. 아름다운 것은 질서가 있다. 나는 그렇게 헹잉바스켓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어떤 사람들은 길이 없을 거라고 하지만 세상에 원래 길 같은 건 없었다. 길이란 건 사람들이 하나 둘 다니는 동안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공부를 계속하다 보면 뭔가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공부하는 동안 행잉바스켓으로 인해 삶이 풍요로워지고 인생이 즐거울 수 있다면 그걸로 또한 괜찮지 않은가. 사람들은 길이 없을 거라는데 내게는 꽃길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본인블로그 일본정원이야기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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