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칭가스’라고도 불리는 불화수소가스는 반도체 회로를 원하는 모양대로 깎아내는 핵심소재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 1년 만에 국내업체가 일본산 대체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초고순도 불화수소 양산에 돌입했다.
3대 핵심 품목 ‘탈일본’ 성과SK그룹의 반도체 소재 생산 기업인 SK머티리얼즈가 규제 1년 만에 일본산 대체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초고순도 불화수소 양산에 돌입했고,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다른 두 가지 수출규제 대상 소재도 국내 생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오히려 한국의 반도체 소재 자립을 앞당긴 셈이다. 17일 SK그룹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는 최근 순도 99.
999%의 초고순도 불화수소가스 양산을 시작했다. 일부 국내 기업들이 초고순도 액체 불화수소를 양산하고 있지만, 기체 형태의 불화수소가 국내에서 양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칭가스’라고도 불리는 불화수소가스는 반도체 회로를 원하는 모양대로 깎아내는 핵심소재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해외 의존도가 100%에 달했고, 특히 초고순도 제품의 경우 스텔라케미파, 모리타화학 등 일본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기술격차 때문에 국산화가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됐고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재고량도 3~4개월치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져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당시 정부와 업계가 가장 우려했던 소재다. 일본도 다른 두 가지 소재는 개별허가 방식으로 수출허가를 내주면서도 불화수소액과 불화수소가스는 가장 마지막으로 수출을 허가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말 초고순도 불화수소가스 시제품 개발에 성공하고 경북 영주공장에 15t 규모 생산시설을 짓는 등 국산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2023년까지 국산화율을 7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국내 기업들은 일본 수출규제 이후 1년 만에 속속 ‘탈일본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70~90%에 달하던 3대 소재의 국산화는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다. 액체 불화수소의 경우 화학소재기업 솔브레인이 올 초 ‘12나인’ 순도의 불화수소액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업계는 일본산 불화수소액을 100% 국내 기업 제품으로 대체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불화수소액은 국산 대체로, 불화수소가스는 수입다변화로 대응했다. 한국 반도체업계가 일본산 소재 수입을 줄이면서 불화수소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스텔라케미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1% 감소했다. 또 다른 수출규제 품목인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미국 화학소재기업 듀폰이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충남 천안에 짓기로 했다.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동진쎄미켐은 최근 공장 증설을 확정했다. SK머티리얼즈도 ArF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나선다고 이날 밝혔다. SK머티리얼즈는 2021년 생산시설을 준공하고 2022년부터 연 5만갤런 규모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양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SKC도 대규모 공장을 구축하고 시험을 진행 중이다. 수출규제 품목은 아니지만 일본산 비중이 높은 웨이퍼와 블랭크마스크 등도 SK실트론, SKC 등이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