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세상] 안전한 즐거움... 그 이면에 숨은 '미세노동'
"풍요롭고 스마트한 세상, 편리함이 최고의 덕목으로 추앙받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 토대는 빈약하기만 하다. 거침없는 돌격에 가까운 과학의 진보는 극소수 IT 공룡 기업이 바라는 꿈일 뿐이다. 그들이 그리는 유토피아의 이면에 있는 디스토피아를 자각한다면 우리와 닮은 기계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는 환상에 결코 도취될 수 없다. 그 환상의 눈부신 껍데기를 들추면 그 아래에는 인간이 더욱 탄압받고 감시당하고, 원자화되는 어두운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필 존스,
'미세노동'은 플랫폼 노동의 하나이다. 미세노동이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매우 작고 단기적인 일을 수행하는 작업을 말한다. 사람들이 자동화했다고 생각하는 기계 뒤에서 투명 인간처럼 일하는 노동이라는 의미에서 미국의 인류학자 메리 그레이는 미세노동을 '유령 노동'으로 설명한다. 보통 몇 초에서 몇 분 사이의 짧은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미세노동의 특징이다. 김씨는"영상을 하루에 평균 300~400개, 많으면 500~600개 봤다"며"이용자가 보는 플랫폼 영상 중에도 흡사 쓰레기 같은 영상이 많이 올라온다고 생각하겠지만, 그조차도 다 걸러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장시간 근무하며 수백 개 영상을 거르는 작업이 고됐지만, 걸러지지 않은 영상의 잔인함과 비윤리성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202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데이터 처리 회사 SAMA의 케냐 나이로비 지사에 고용되어 2022년까지 챗GPT를 위한 데이터 라벨러로 근무한 케냐인 모팻은 BBC와 인터뷰에서"삶이 끝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며"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간에 트라우마와 불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고 말했다. 모팻이 이 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자 2022년 그의 아내는"남편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며 이혼을 요청해 결국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 이들은 유해한 콘텐츠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보았음에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한 데에다 후유증에 시달렸다. 회사를 믿고 작성한 계약서도 그들을 보호하지 못했다. 이들은 '오물의 바다'인 인터넷으로부터 이용자를 지키고, 거대 디지털 기업을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하지만, 열악한 노동조건과 위태로운 지위 속에서 그 일을 했다.
이 교수는"산업혁명기에 노동자를 보호할 수단이 없어서 노동법이 처음 등장할 때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형태의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이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고, 적절히 휴식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과 경력을 잘 인정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3의 노동법 영역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18세기 후반에 당시 많은 사람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노동법'이라는 것이 등장하였듯, 새로운 노동법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한 치열한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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