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선에 나가 있던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 자기 군사들을 이끌고 수도 모스크바로 쾌속 진군하던 중 목적지를 약 200km 남겨둔 채 회군했다. 6월23일 오전부터 24일 늦은 밤까지 불과 36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다. 📝이종태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선에 나가 있던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 자기 군사들을 이끌고 수도 모스크바로 쾌속 진군하던 중 목적지를 약 200km 남겨둔 채 회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으나 이번 사태로 인한 권위 및 신뢰도의 추락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6월23일 오전부터 24일 늦은 밤까지 불과 36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다.
발단 _ 프리고진, ‘러시아에 전쟁 명분 없다’ 러시아 용병 집단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6월23일 오전 11시, 소셜 미디어에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물론 전 세계가 경악에 빠졌다. 바그너 그룹은, 외형상 민간군사기업이지만 러시아 내의 민족분쟁, 중동, 아프리카 최근엔 우크라이나에서 무서운 전투력과 잔혹성을 발휘해 온, 푸틴의 비공식 군사집단이다. 프리고진은 푸틴의 가장 끈끈한 심복으로 알려졌다. 이런 프리고진이 동영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제시한 대의명분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 주민들을 학살하는가 하면 수년에 걸쳐 폭격을 퍼부었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나토와 함께 러시아에 군사적 위협까지 가했기 때문에 “특별군사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이 같은 러시아의 대의명분이 거짓말이고, 사실은 “우크라이나의 실질적 위협이 없”는데도, “러시아 지도자들이 부패와 헛된 명예욕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전쟁으로 끌어들인 것”이라고, 동영상에서 털어놓았다. 다만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의 주된 동기로 제시한 것은 ‘명분 없는 전쟁’이 아니었다. 그에 따르면 수천여 명의 바그너 용병들이 우크라이나 쪽이 아니라 “뒤에서” 날아온 미사일로 살해되었다. 프리고진은 이런 소행의 범인으로 러시아 국방장관인 세르게이 쇼이구를 지목하며 “그 녀석, 헬리콥터들을 보내 우리 애들을 죽인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암캐처럼 도망쳐버리더군”이라며 비웃었다. 또한 “러시아군 수뇌부의 악행을 중단시키기 위한 ‘정의의 행군’”을 선언하며, “저항하면 파괴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된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 그룹 사이에서는 강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군의 통제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5월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를 점령했다고 선언한 뒤 그 갈등은 더욱 격화되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지휘하는 병력은 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개 _ 용병이 러시아군 남부 사령부를 접수 바그너 그룹은 맹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프리고진은 첫 동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린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6월24일 오전 7시30분에 다른 영상을 다시 게시한다. 이 영상을 찍은 곳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주의 주도인 로스토프나도누에 있는 러시아군 사령부였다. 로스토프나도누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서 20km 정도 떨어진 도시로, 이번 전쟁의 러시아 측 지휘 및 병참 거점이다. 이 군사적 요지를, 바그너 그룹이 접수한 것이었다. 프리고진은 동영상에서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광대”라고 조롱하며 자신과 대화하러 오라고 요구했다. 러시아 당국 역시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선언을 가만히 손 놓고 보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모스크바와 로스토프나도누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그날 자정쯤엔 프리고진을 무장 반란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규군은 철저히 무력했다. 바그너 그룹은 별다른 저항 없이 로스토프나도누를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절정 _ 모스크바로 쾌속 북진 바그너 그룹은 로스토프나도누를 장악한 6월24일 아침부터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M-4 고속도로를 타고 빠르게 북진했다. 이날 오전 중에 이 고속도로상의 보로네시까지 진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혹감에 휩싸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에 TV를 통한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연설에서 그는 “ 러시아 국민에 대한 배신”을 비난하며 “단결”을 요청했다. 1910년대 후반의 볼셰비키 혁명과 이후의 내전을 언급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배신자’를 단호히 척결하겠다는 의미다. 러시아 정부는 ‘대 테러 작전’을 발표하며 모스크바 시내의 ‘붉은 광장’을 폐쇄했다. 푸틴이 전용기로 모스크바를 떠났다는 미확인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이날 이른 오후엔 모스크바로부터 400km쯤 떨어진 엘레츠에 도달했다. 진군은 순조로웠다. 러시아 당국은 군용기를 보내 바그너 그룹을 저지하려 했으나 오히려 상당수가 격추당했다. 프리고진은 푸틴 연설에 대해 “우리는 애국자다. 조국을 위해 싸웠고 지금도 싸우는 중이다. 조국에서 부패와 기만, 관료주의가 계속 판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이 시간 즈음, 러시아 측은 체첸 부대를 로스토프 주로 진입시키는 한편 모스크바 외곽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몇 시간 뒤인 6월24일 저녁쯤엔 모스크바를 둘러싼 양측의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였다. 반전 _ 벨라루스의 협상 중재 그러나 큰 충돌 없이 몇 시간이 흐른 오후 8시30분,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이 깜짝 발표를 했다. “러시아 영토에서 유혈 학살이 벌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기에 “양측 사이의 협상을 중재했다”는 것이었다. 루카셴코는 바그너 그룹 측 역시 “양측간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바그너 용병들은 회군하는 대신 기소되지 않는 등 신변 안전을 보장받았다. 프리고진은 음성 메시지를 통해 루카셴코의 발표에 화답했다, 바그너 그룹이 이미 모스크바에서 200km 떨어진 지점까지 왔지만, 야전 캠프로 돌아가기 위해 회군 중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 역시 성명을 통해 프리고진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는 한편 이번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바그너 용병들은 러시아 정규군에 편입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안전하게 이동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6월24일 오후에서 저녁에 이르는 수 시간 동안 프리고진과 푸틴 사이에서 뭔가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 구체적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열린 결말 _ 푸틴과 프리고진의 미래는? 6월24일 오후 11시, 바그너 그룹은 잠시 점령했던 로스토프나도누를 떠났다. 프리고진도 삼엄한 경비 속에서 검은색 SUV를 타고 도시를 빠져나갔다. 〈이코노미스트〉는,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를 점령하기까지 거의 1년이 걸렸는데 이는 하루 십수 미터를 어렵게 기어간 것에 비할 수 있다고 썼다. 그러나 모스크바까지는 몇 시간 만에 800km를 진격했다. 그 속도의 차이만큼 푸틴의 권위와 신뢰도 역시 떨어졌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러시아 전 총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이번 일에 대해 프리고진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프리고진은 결국 벨라루스에서 아프리카의 정글 같은 곳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시야노프는 또한 “이번 사태로 푸틴이 큰 곤경에 처했으며, 그의 종말이 시작되었다”라고 전망했다. Tag #프리고진 #푸틴 #무장 반란 #바그너 #우크라이나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세르게이 쇼이구 #루카셴코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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