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작은 농기업이 문화의 작은 플램폼 역할을 합니다
농촌은 '만물이 점차 생장해 가득 차오른다'는 뜻의 절기 '소만'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중부지방부터 모내기가 시작되고, 남부지방에는 보리와 밀을 수확하고 이후 모내기가 시작됩니다. 이 무렵에 종종 여름 가뭄이 들기도 합니다.올해는 '소만'을 지나 5월 여느해보다 일주일 빠른 첫 번째 손모내기 행사를 마치고 지난 5월 말 제29회 미실란 작은들판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어느덧 스물아홉 번째를 맞이하는 음악회를 열며, 그리고 올가을에 열릴 서른 번째 음악회를 구상하며 우리가 왜 음악회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미실란 작은들판음악회는 2006년 제 짝꿍인 남근숙 씨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지요. 시절도 변하고 내가 농촌에 정착할 즈음 지방자치단체에서 각기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는 많은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을 유축제장으로 유치하기 위해 트로트 가수, 유명 가수를 무대로 초대했습니다. 인기가 좋은 트로트 가수나 유명 가수도 좋지만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농촌 지역에 부족하다는 아쉬움에 우리가 먼저 그 장을 열어 보자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넒은 옛 학교였던 미실란 운동장을 음악회 무대로 구상하면서 우리 부부는 세 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경계가 없고', '평가가 없고', '술이 없는'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것을 지키자고 말이죠.소박하게 시작한 미실란 작은들판음악회는 풍경과 공간이 아름다운 덕분인지 회차를 거듭하면서 출연하고 싶다는 분들의 요청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한 해 한번 계획했던 것에서 봄과 가을 두 번으로 회차를 늘려, 봄에는 '풍년기원 작은들판음악회'를 가을에는 '추수감사 작은들판음악회'를 운영하는 것으로 정착이 되었지요.작은들판음악회를 시작하면서 미실란에 자연스럽게 문화가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곡성이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이라고 해도 역시 사람 사는 곳에는 문화와 예술이 곁들여져야 삶이 풍성해진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나날이었습니다.
미실란 복도 갤러리에서는 지역의 작가들과 함께 그림전, 사진전을 진행하고, 교실 한 칸을 활용한 세미나실에서는 환경과 생태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상영회와 북토크를, 그리고 운동장에서는 생태판소리한마당과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하는 섬진강마을영화제까지 해를 거듭할수록 문화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이번에 진행한 제29회 작은들판음악회는 평화로운 섬진강 들녘을 곁에 두고 선선하게 불어오는 늦봄의 온화한 날씨 속에서 서로에게 다정한 웃음과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시간들로 채워졌습니다. 저녁식사로 준비했던 건강한 발아오색미 채식 밥상도 다들 좋아해 주셔서 더 벅차게 기쁜 마음이었지요.5월 중하순에 시작한 모내기는 이번 주까지 모두 마무리했답니다. 모들이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세심히 살피고, 잡초도 부지런히 뽑으면서 여름을 맞이하겠습니다. 6월 29일에는 저와 함께 책 모임을 하고 있는 우리 지역 농부시인의 첫 시집 출간기념회를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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