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박치기로 국민을 울고 웃게 한 프로레슬러 김일(1929~2006)은 1960~70년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당시 야근이 일상이었던 가장도 김일 경기 날만은 일찍 귀가해 누런 봉투에 싼 통닭을 아이들과 뜯으며 응원했다. ‘박치기왕’은 오락거리가 딱히 없던 시절 재
화끈한 박치기로 국민을 울고 웃게 한 프로레슬러 김일은 1960~70년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당시 야근이 일상이었던 가장도 김일 경기 날만은 일찍 귀가해 누런 봉투에 싼 통닭을 아이들과 뜯으며 응원했다. ‘박치기왕’은 오락거리가 딱히 없던 시절 재미를 선사하며 국민 영웅으로 등극했다. 그의 흔적이 이젠 거의 없지만, 전남 고흥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 고흥군 거금도가 그의 고향이다. 지금 거금도엔 김일기념체육관과 조형물 등이 조성돼있다. 그는 고향에 묻혔다. 그런가 하면 녹동항 ‘녹동 바다정원’에선 매주 토요일 밤 9시 드론쇼가 펼쳐진다.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죄다 모여 먹물 같은 까만 하늘에서 펼쳐지는 신기술의 향연을 구경한다.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곳이 고흥이다.여름을 보내고 가을맞이 여행지로 고흥을 골랐다. 바다와 산, 들이 함께 어우러져 ‘고르는 맛’이 있는데다가 최근 ‘진흙 속에 보석 같은 여행지’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개통한 거금대교는 관광 명소다. 국내 최초로 보행자 도로와 자동차 도로를 복층으로 구성한 길이 2028m의 다리다. 고흥군 거금도와 소록도를 잇는다. 커플은 소록대교로 진입하기 전 ‘마리안느-마가렛 나눔 연수원’를 먼저 찾았다. 20대에 소록도에 들어가 한센병 환자 치료에 평생을 바친 오스트리아 출신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기리는 이들이 만든 연수원이다. 1층에는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관’이 있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전망대에 오르면 소록도와 녹동항이 한눈에 들어온다.커플이 다음으로 찾은 곳은 거금대교 휴게소다. 이곳에서 이순신 장군의 잊힌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1598년 절이도 앞바다에서 긴박한 해전이 벌어졌다. 이 전투를 진두지휘한 이는 이순신 장군. 그는 왜선 50여척을 괴멸시키며 승전고를 울렸다. 하지만 일명 ‘절이도 해전’은 거의 알려진 게 없다. 이순신 장군인데도 말이다. 기록이 적어서였다. 휴게소엔 ‘절이도 해전 승전탑’이 있다.
두번째 날 오전 10시 걷기 채비를 하고 나섰다. 전날 잠자리로 고른 해돌마루펜션 야외 테라스 아래엔 나무 테크길이 나 있다. 넓적한 돌과 나무 사이를 비집고 난 데크길을 20분 걷자 청석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이름에는 이유가 있다. 금이 박힌 푸른빛 돌이 자주 발견돼서라고 한다. 마을 앞 도로를 건너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거금생태숲’에 닿는다. 이 숲은 후박나무, 이팝나무, 노각나무 등 11종이 자라는 난대림의 보고다. 생태숲 탐방로는 쉼터-계곡관찰로-구름다리-캐노피 하이웨이-전망대-쉼터로 이어진다. 숲 초입에서 쉼터까지는 완만한 길이 이어지지만, 구름다리까지는 가파른 돌길과 흙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등장한다. 몸이 온 힘을 다해 몸 속 물기를 짜내려는 듯 땀이 쏟아진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쯤 구름다리가 나타난다. 구세주다. 다리에선 숲 사이로 바다가, 바닷물결 사이로는 섬이 보인다.
이에스시 커플은 마지막 날, 오후 3시10분 서울행 버스표를 샀다. 숨 가쁘게 한 고흥 여행이었다. 오전 시간을 차분하게 화룡점정 찍을 만한 여행지를 찾았다. 터미널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이 제격이다. 박물관에는 시대별 도자기와 고흥 가마터에 대한 소상한 역사가 정리돼 있다. 여행 시간은 여행자에 따라, 여행지에 따라, 느리게도 빠르게도 흐른다. 고흥 2박3일은 마음을 매만지게 하는 데선 느리게, 생경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선 빠르게 흘렀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비키세요” “돌아가세요” 누구 맘대로?…연예인 꼴불견 황제경호, 인천공항선 못한다불법행위 땐 곧바로 경찰 인계 상황에 따라 영업정지 초강수
Read more »
첫삽도 못뜬 위례신사선 새 협상자 찾는다사업비 2758억 더 올리고공사기간도 5년→6년으로불발 땐 재정투자로 전환
Read more »
에코비트, 2.1조에 IMM컨소가 품는다태영건설 워크아웃작업 일환부채 포함 땐 기업가치 2.7조
Read more »
내수 살리려니 눈덩이 가계빚이 발목…금리인하 딜레마 빠진 한국은행이달 美연준 빅컷 단행 땐 10월 금통위서 금리인하 유력 “주택공급 후속입법 서둘러야”
Read more »
오를 땐 찔끔, 떨어질 땐 와장창...한국 증시만 왜 이러나?“코스피·코스닥은 오른 게 뭐가 있다고, 더 많이 떨어지나?”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서울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직관으로 하는 말이지만, 객관적 수치로도 맞는 말이다. 미국 나스닥종합지수, 일본 닛케이지수, 대만 자취안지수,
Read more »
한은 총재 '물가는 금리인하 요건 갖췄지만 집값 자극 말아야'(종합)(서울=연합뉴스) 한지훈 민선희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물가 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