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내리자니 두렵고 계속 달리자니 고통스러웠다 비혼주의 페미니즘 양민영 기자
앞서 걷는 A를 따라서 '밀크'라는 바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날 저녁에만 몇 잔째인지 모를 술을 골랐다. 뿔테 안경을 낀 바텐더가 핸드폰에 저장된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의 열렬한 팬이라고 열을 올렸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중년 여성 두 명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봤다.
"언니가 가고 싶은 곳부터 가요." 출발 전 공항에서 대기하던 중에 A가 말했다. 의견이 갈리면 언제나 먼저 물러서는, 고집을 세우는 법이 없던 그. 온순하고 부드러운 한마디에 문득 부끄러워져서 나도 얼른 물러났다. 애초에 오사카 여행이 가능했던 것도 기꺼이 동행해 준 A 덕이었다. 그가 아니면 누가 여행에 주짓수, 술, 음식을 칵테일처럼 뒤섞은, 보기만 해도 피곤한 일정에 동참하겠는가. 그와 만나는 동안 나는 구체적인 인생의 장면을 수없이 많이 구상했고 모든 장면마다 그가 등장했다. 불과 몇 시간 뒤의 일정도 수시로 바꿀 정도로 변덕스러운 나로서는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내가 한 권의 책이라면 B가 그 책을 가장 깊이 해석하고 여러 번 읽은 사람이라고 굳게 믿었던 거다.
B의 허기에는 한도가 없었으나 그는 보통 사람과 다르게 탐식의 죗값도 치르지 않았다. 내가 빠져들었던 두려움을 모르는 면모는 그때도 여전했지만, 다음 식당을 향해서 빠르게 걷는 뒷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브레이크 없는 차에서 그만 내리고 싶다는 것. 그러나 문을 열고 . 일정에서 주짓수를 완전히 빼버린 날, 우리는 낮부터 사케 양조장에 3000엔을 내고 작은 사이즈의 사케를 열 잔쯤 마셨다. 고급술을 맛본 건 아니지만 미묘한 맛의 차이를 알아차리려고 오감을 활짝 여는 시도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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