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 ‘일레트리카(Elettrica)’에는 인위적인 사운드 시스템 대신 전기모터 회전과 진동을 감지해 실시간으로 증폭·전달하는 독자적 사운드 설계를 적용했다. SK온은 2025년 출시 예정인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 ‘일레트리카’에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를 공급한다. ◆전동화 넘어온 수퍼카의 새로운 고민=자율주행 기술 역시 수퍼카 브랜드가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다.
지난달 9일 이탈리아 북부의 조용한 도시 마라넬로. 세계적인 수퍼카 브랜드 페라리 본사의 E-빌딩에 모인 관람객들은 숨죽여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명이 비추고 정적 속에 붉은 천이 서서히 걷히자 마침내 은색 섀시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레트리카’라 불리는 페라리 역사상 최초의 순수 전기차 플랫폼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화려한 배기음과 엔진의 굉음을 자랑하던 수퍼카 브랜드들도 전동화라는 거대한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마주하고 있다.
탄소 배출은 곧 ‘벌금’이 되는 시대, 수퍼카 브랜드는 새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짜는 중이다. ◆변하는 세상…수퍼카의 고민은=수퍼카에게 전기차란 ‘감성을 잃은 차’의 대명사였다. 요란한 배기음, 강렬한 진동, 고회전 엔진의 폭발력이야말로 수퍼카의 존재 이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 변화에 온몸으로 저항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우선 규제의 벽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유럽연합의 탄소 배출 규제는 신차의 CO₂규제를 공식화했다. 한 브랜드가 한 해 동안 유럽에서 판매한 모든 신차의 평균 CO₂배출량을 계산해 기준을 초과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이게 수퍼카에는 특히 치명적이었다. 예컨대 람보르기니처럼 마력 800 이상, 무게 2톤 이상인 차량은 당연히 탄소 배출량이 높다. 생산량은 연 1만 대 미만. 소수 생산 체제에서는 몇 대만 과다 배출해도 전체 평균이 무너진다. 몇 억원짜리 차를 한 대 팔고도, 그 차에서만 수백만~수천만 원의 벌금이 따라붙는 구조다.전기차 시장이 캐즘을 겪으면서도 결국에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수퍼카 브랜드에는 시장 참여 압박으로 작용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글로벌 고급 전기자동차 시장 규모가 올해 2632억5000만 달러에서 2034년 1조1694억 달러 규모로 커질 거라 전망했다. ◆엔진음 대신 기계음으로=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은 마세라티다. 마세라티는 2019년 이탈리아 북부 도시 모데나에 위치한 공장에서 일부 내연 기관차의 단종을 선언했다. 창업 이후 100여 년 동안 주력 모델의 생산 공장이었던 이곳을 전동화를 위해 갈아엎었다. 내연기관 대신 모터와 배터리 기반의 전기차로 방향을 바꾸는 순간이었다.마세라티의 상징은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비롯한 음악가들과 협업해 만들었다는 마세라티만의 배기음이었다. 마세라티 측은 “자연흡기 내연기관이 없는 전기차에선 인공 배기음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후 출시된 마세라티 전기차에서는 디지털로 구현된 배기음이 탑재됐다. 페라리 역시 마찬가지다.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 ‘일레트리카’에는 인위적인 사운드 시스템 대신 전기모터 회전과 진동을 감지해 실시간으로 증폭·전달하는 독자적 사운드 설계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마치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운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게 페라리의 설명이다. ◆수퍼카 움직이는 K배터리=야수의 심장 같은 엔진을 떼어냈지만 전기차 시대의 수퍼카는 더 강력해졌다. 최고 속도 시속 300㎞,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단 2.5초. 이 괴물들에 동력을 공급하는 것은 다름 아닌 ‘K배터리’다. 최근 국내 배터리 3사는 나란히 유럽 수퍼카 브랜드들과의 전략적 동맹을 강화했다. SK온은 페라리, LG에너지솔루션은 포르쉐, 삼성SDI는 람보르기니와 손을 잡았다.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정체를 겪는 사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고성능 기술력으로 존재감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SK온은 2025년 출시 예정인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 ‘일레트리카’에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를 공급한다. 이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약 530㎞를 달리고, 1000마력에 달하는 출력을 뒷받침한다. 3중 냉각 구조와 차체 통합형 배터리 설계는 전력 효율과 충격 안정성까지 동시에 만족시킨다.LG에너지솔루션은 포르쉐의 대표 전기차 ‘타이칸’ 시리즈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세계 최초로 실리콘 음극재를 상용화한 이 배터리는 500㎞ 이상 주행거리, 18분 내 80% 고속충전, 강력한 출력을 모두 갖췄다. 포르쉐코리아 홀가 게어만 대표는 “안전 기준이 높은 한국 배터리를 택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삼성SDI는 람보르기니에 배터리를 공급한 첫 국내 기업이다. 최근에는 800마력의 출력을 자랑하는 PHEV SUV ‘우루스 SE’에 자사 배터리를 탑재했다. 삼성SDI는 고출력·고밀도 배터리에서 강점을 인정받으며, 수퍼 SUV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입증했다. ◆전동화 넘어온 수퍼카의 새로운 고민=자율주행 기술 역시 수퍼카 브랜드가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다. 수퍼카 업체들은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독일 주요 완성차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했다. 람보르기니는 ‘우루스’에 레벨2 반자율 시스템을 탑재했고, 포르쉐는 전 모델에 스마트 크루즈와 차선 유지 기능을 장착했다. 페라리 역시 전용 보조 시스템을 독자 개발 중이다. 이들의 자율주행은 운전자를 보조하는 방향에 더 가깝다.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을 방지하거나 주차 시 조향을 돕는 수준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마차가 사라졌듯 운전석도 결국 비워질 것”이라며 “전기차·자율주행이라는 거대한 산업 흐름 속에서 수퍼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퍼카 브랜드별로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 포르쉐는 전동화 전환에 드는 막대한 투자와 주춤하는 실적이 고민거리다. 포르쉐는 올해 3분기, 2022년 상장 이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손실 규모는 약 10억 유로에 달했다. 포르쉐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배터리 자회사 ‘셀포스’는 지난 8월 사실상 청산됐다. 이 사업에서 발생한 연간 일회성 비용만 31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략도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병행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페라리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올해 2분기 기준 페라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약 18억 유로를 기록했고, 수익성 지표도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페라리는 별도 생산시설 구축과 함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식의 전동화 전략을 준비 중이다. 람보르기니는 보수적인 접근을 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약 16억 유로, 영업이익은 약 4억 유로 수준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기차 도입 시점은 2029년 이후로 미뤘다. 시대 흐름을 받아들여 전기차 모델 출시를 결정했지만, 수퍼카 브랜드들의 고민이 말끔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가솔린 엔진 특유의 수퍼카 감성을 바라는 이가 많기 때문. 전기 모터로는 ‘V12 엔진이 9000rpm까지 치솟을 때의 짜릿함’을 완벽하게 대체하긴 어렵다. 이에 수퍼카 브랜드들은 내연기관 차량도 병행 생산하는 등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벤틀리는 당초 2030년까지 ‘전기차만 판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최근 이를 5년 미루며 2035년으로 조정했다. 내년 첫 순수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EO 프랭크-슈테펜 발리서는 “전기화는 우리의 목표지만 고객을 억지로 끌고 갈 순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벤틀리가 아닌, 내연차 벤틀리를 원하는 고객들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다른 럭셔리카 브랜드들도 전동화를 선언하면서도 하이브리드 혹은 고효율 내연기관을 병행 개발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도 V8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했고, 페라리 역시 일정 비율은 내연기관 모델로 유지할 계획이다. 테슬라와 똑같아진 특색 없는 수퍼카가 될 것인가. 수퍼카의 변신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엇갈린다. 페라리와 벤틀리 등의 브랜드가 전기차를 처음 선보일 2026년 이후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수퍼카 브랜드의 행보는 또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부아앙’ 야수 심장 못 버린다…마세라티 전기차 그 소리 비밀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5238中 반도체 태클에 삽 들었다…‘한삽에 14억’ 美가 퍼올린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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