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번아웃은 우리 시대의 상태다 [기자의 추천 책]](https://i.headtopics.com/images/2023/2/14/sisain-editor/4581749888510321045558-4581749888510321045558-1625389380910166016.webp)
수십 명을 인터뷰하며 밀레니얼 세대가 겪는 이름 모를 답답함의 실체를 파고들었다. 📝김영화 기자
다소 도발적인 한국어 제목과 달리 원제는 ‘Can’t Even’, 의역하자면 더 이상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2019년 쓴 칼럼이 책의 시작이었다. ‘밀레니얼은 어떻게 번아웃 세대가 되었는가.’ 흔하디흔한, 그래서 진부하기 짝이 없는 세대론으로 지나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 칼럼이 온라인에서 ‘터졌다’. 700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번아웃을 호소하는 수천 개 응답 메일이 작가에게 쏟아졌다. 무엇이 달랐을까? 1981년생 저자는 밀레니얼의 현실을 ‘번아웃’으로 설명한다. ‘열정을 좇는 직업을 가지라’는 구호 아래 어느 세대보다 악착같이 달려왔지만, 도착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불안한 일자리와 더 좁아진 기회의 문이었다.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라는 자조는 단순 비유가 아니었다.
하루에 수천 단어를 쓰고, 휴가지에서 기획서를 쓰던 저자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집안일은 자주 미뤄졌고 일과 삶의 경계는 ‘워케이션’ 따위 단어로 흐릿해져갔다. ‘좋은 삶’의 기준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출산과 육아는 선택지에 없었다. 저자는 이것이 개인의 문제인지 묻는다. “번아웃은 일시적 증상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상태다.” 수십 명을 인터뷰하며 밀레니얼 세대가 겪는 이름 모를 답답함의 실체를 파고들었다. 미국 사회를 중점적으로 다루기에 한국의 상황에 딱 들어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직장과 거리를 두고, 출산과 육아를 꺼리는 현상이 번아웃 때문이라는 진단은 통쾌하지만 거칠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밀레니얼이 유난스럽다고 조롱하는 숱한 목소리들에 들이밀고 싶은 ‘어떤 설명’이 있다. 저마다의 번아웃에 나름 이유가 있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돌고 돌아, 진부한 세대론이 각광을 얻게 된 이유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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