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둘이 용감하게 배낭여행] 탕헤르에서 다시 스페인으로
탕헤르로 가는 버스는 셰프샤우엔 CTM 버스터미널에서 오후 6시 45분 출발 예정이다. 호텔에서 짐을 찾아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여유 있게 도착했다. 크지 않은 터미널 구석구석 돌아보다가 벤치에 앉아 가방에 있던 초코칩 쿠키를 꺼내 먹었다. 달달한 맛이 혀끝에서 녹아내리며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피곤할 때는 역시 단 게 최고다.
멀미와는 거리가 먼 나는 웬일인지 버스 타고 가는 내내 멀미에 시달렸다. 계속 속이 메스껍고 토할 것 같았다. 남편이 옆에서 손을 주물러 주고 등을 쓸어내려주고 했지만 멀미는 여전했다. 그때 옆 좌석에 앉아 가던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괜찮은지 물으며 토할 것 같으면 쓰라고 비닐봉지를 내민다. 히잡을 쓴 젊은 여성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엔 낯선 이방인에 대한 걱정과 안쓰러움이 가득했다. 문화인류학자 마가렛 미드의 일화가 생각났다. 그가 수업시간에 한 학생으로부터 인류의 문명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는지 질문을 받았다. 그 학생은 아마도 점토로 만든 항아리나 낚싯바늘 같은 도구 혹은 종교적 유물일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자 마가렛 미드는 인류의 문명은"사람의 부러진 대퇴부 골절에서 시작되었다"라고 답했다.
가로수인 야자수 너머로 보이는 지중해 바다에는 요트들이 가득하다. 요트가 가득한 바다를 보며 자게 될 줄이야. 이번 여행 중 가장 럭셔리한 숙소다. 가격에 비해 너무도 훌륭한 숙소에서 횡재한 기분으로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계속 여기서 자고 싶다 생각했지만 내일 낮엔 여기서 나가야 한다. 그게 현실이다. 잠시의 휴식을 마치고 이제 밖으로 나가 지중해 해변을 걸어보기로 했다. 호텔에서 나서자마자 머리 위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그래도 해변을 걸어 봐야지 싶어 조금 더 걸었다. 해변에 도착해 발을 딛자마다 '앗 뜨거워'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해변의 모래에 발이 푹푹 빠졌는데 운동화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모래는 놀라울만치 뜨거웠다. 순식간에 이마로 땀이 차오르며 얼굴로 목덜미로 땀이 흘러내렸다. 안에서 보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현실이다. 얼마 못 걷고 다시 호텔로 들어왔다.
드디어 승선을 했다. 엄청나게 커다란 페리호다. 짐을 맡기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에어컨이 지나치게 세게 나와 너무 추웠다. 더위에 매우 취약한 내가 오히려 햇빛을 찾아 창가로 갈 정도로 실내 공기는 차가웠다.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손수건까지 꺼내 무릎을 덮었다. 배 안에는 식당과 카페테리아가 있다. 도착하려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따스한 창가에 자리 잡고 앉으니 조금은 추위가 가셨다. 그리곤 카페테리아에서 사 온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셨다. 배도 부르고 온기도 느껴지고 이제 더 바랄 것 없이 편안했다.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지중해를 바라보았다. 넘실넘실 커다란 파도를 타고 배가 나아가고 있다. 잠시 후에 주변이 시끌시끌했다. 무슨 일이지 하며 정신을 차렸는데, 어느새 도착했단다. 시끄러운 소리는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잠시 앉았을 뿐인데 그만 잠이 들어 버렸던 거다. 도착해서야 깨다니, 말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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