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은 어디에 [크리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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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은 어디에 [크리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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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승 | 미술사학자·상명대 초빙교수 조선 왕실의 사무를 관장하던 종친부가 있던 자리, 경복궁 동편에 지금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설 때 설계의 요체는 마당이었다. 미술관은 경복궁과 더불어 국가 상징 거리인 광화문광장, 전통 공간인 북촌 사

조선 왕실의 사무를 관장하던 종친부가 있던 자리, 경복궁 동편에 지금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설 때 설계의 요체는 마당이었다. 미술관은 경복궁과 더불어 국가 상징 거리인 광화문광장, 전통 공간인 북촌 사이의 문화 마당으로 기획됐다. 그 마당을 지나 삼청길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박찬경 작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한국 문화를 담는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봄날의 햇살 때문인지 미술관 뒤편에 복원된 옥첩당의 단청 처마에 유독 시선이 닿았다.

살랑이는 공기에 노랫소리도 실렸다. “스윔, 스윔.” 미술관 마당에 설치된 조형물에서 들려오는 방탄소년단의 신곡이다. 대로변 스피커까지 반복 재생하는 ‘스윔’을 들으며 외국인 가득한 마당을 지났다. 우리 문화란 게 대체 뭘까 걸음마다 반문했다.“사실 한국인에게도 설명이 필요합니다.”“서구 문화에 더 익숙하니까요. 당장 제가 서구 선망 당사자였죠. 레드 제플린 노래에 열광하다 유학 가서 ‘네 건 뭔데’라는 질문에 당황했던 세대죠. 오리엔탈리즘으로 잘못 빠지기도 하고요.” 내 것을 모르니 문화적 판단을 외국에 맡기고 그들의 반응에 예민하게 촉각을 세운다. 작가가 한국 문화를,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문화를 작품으로 말하는 이유다. 우리에게 잊힌 무형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전승자들의 현실에 애가 탄다. 예술은 쓸모가 아니라는 작가는 ‘헛수고’ 연작을 그렸다. 사진과 영상을 찍던 그가 지난 연말부터 넉달을 꼬박 캔버스에 돌을 그려 탑을 올렸다. 치성을 드리듯 돌 옆에는 그린 날짜를 썼다. 효율이나 효능이 아닌 헛된 수고가 가치를 만든다고 믿는다.작가의 개인전 타이틀은 ‘안구선사’다. 선종 불교에서 전하기를, 구지라는 선승은 손가락 하나로 교리를 대신했다. 어느 날 동자승이 스승을 흉내 내 손가락을 세웠다. 구지는 동자가 세운 손가락을 칼로 잘랐다. 울부짖는 동자를 불러 세운 구지는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순간 동자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사찰에서 불화로 많이 그리는 구지선사 이야기다. 작가는 안구 버전을 그렸다. 가사를 입은 이가 한 손에 피 묻은 칼을 들고 있다. 다음 장면은 한쪽 눈알이 뽑힌 동자의 얼굴이다. 텅 빈 눈구멍으로 붉은 피를 흘리면서도 표정은 해맑다. 이어 클로즈업된 눈알. 그리고 눈알 뽑힌 이가 길을 떠나는 하단의 풀샷. 눈알은 흙바닥에 뒹굴고 칼은 꽂힌 채다. 단청의 붉고 푸른 색감의 대비가 기묘함을 더한다. 동자의 깨달음은 무엇이었을까. 누가 무엇을 묻든 손가락 하나로 통찰을 전했던 구지였다. 구지의 손가락이었다. 구지는 동자의 손가락을 자른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을 회수한 셈이다. 그러니까 뽑힌 눈알도 제 것이 아니다. 눈을 혹사할 지경으로 시각 자극에 빠져 있지만, 나의 시선인지 타인의 시선인지조차 구별하지 않는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다시 귀에 꽂히는 ‘스윔’을 듣는다. 내가 들은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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