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A4-5, 63만시간을 쪼그려 앉아 당신을 기다렸네 [본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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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A4-5, 63만시간을 쪼그려 앉아 당신을 기다렸네 [본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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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헌터’는 70여년 전 국가와 개인 사이에 벌어진 집단살해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무 데나 버려져 묻힌 이들과, 이들의 행방을 추적하며 사라진 기억을 찾아 나선 이들이 주인공입니다. 📝 텍스트로 읽기: 📹 영상으로 듣기:

어둠의 땅이 빛을 만나던 날, 쪼그려 앉은 채로 당신들을 만나던 날 드디어 나의 전체 윤곽이 드러났다. 나는 고개를 떨군 채 앉아있었다. 쪼그려 앉아있었다. 나는 서서히 드러나 바깥으로 나올 준비를 했다. 사진 주용성 작가 제공 *편집자 주: ‘본 헌터’는 70여년 전 국가와 개인 사이에 벌어진 집단살해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이야기다. 아무 데나 버려져 묻힌 이들과, 이들의 행방을 추적하며 사라진 기억을 찾아 나선 이들이 주인공이다. 매주 2회, 월요일과 수요일 인터넷 한겨레에 올린다. 종이신문 에도 실린다. 극단 신세계가 글을 읽어준다. 나는 앉아 있었다. 얼마 동안 앉아있었냐면, 아주 오래 앉아 있었다. 날짜로 말해야 한다면, 2만6440일 이상 앉아있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63만4560시간 이상 앉아 있었다. 분으로 쪼개 말하자면, 3807만3600분 이상 앉아있었다. 22억8441만6000초 이상 앉아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쪼그려 앉아 있었다.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땅을 건드리며 45도 각도의 비탈 아래로 내려오는 데 무언가가 걸렸다. 반대편에서는 호미질이 한창이었다. 며칠 간의 작업 끝에 남쪽과 북쪽을 연결하는 어떤 라인이 포착되었다. 2023년 3월10일 오전 9시30분, 그들의 용어를 빌리자면 나는 ‘노출’되었다. 굴삭기의 무한궤도 소음이 잦아들면서 호미질 소리가 아득한 곳에서 점점 가까워졌다. 내 머리 위를 짓눌렀던 두꺼운 표토층이 벗겨졌다. 호미는 그 옛날 나를 덮었던 흙 사이로 부드럽게 침투해 들어왔다. 흙더미가 쓰레받기와 양동이에 실려 버려진 뒤 내 머리뼈가 삐죽 돌출되었다. 나머지 흙들도 떨어져 나갔다. 나의 전체 윤곽이 드러났다. 처음 목격한 사람들은 동굴 속의 불상을 연상했는지도 모른다. 호미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대신 정교한 기구들이 접근해 왔다. 대칼이, 스파출라라 부르는 주걱이 주변을 조심스럽게 긁더니 내 몸 사이사이를 헤집었다. 몸을 채웠던 흙과 모래가 조금씩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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