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1호 사진' 홍일점...북한 외교 파워레이디 최선희 김정은과 같은 소파에 한 여성이 앉아있습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같은 소파에 한 여성이 앉아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다. 지난 12일, 북한은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새로 국무위원을 선출했고, 이 중 최선희 제1부상은 홍일점으로 이름을 올렸다. 선출 직후, 김정은 위원장은 신임 국무위원들을 자신의 노동당사 집무실로 초대 사진을 찍었다. 김 위원장이 가죽 소파 가운데 앉고 그 양 옆으로 3인씩, 그 뒤로 7인이 서 있는 사진이었다.
김 위원장과 찍은 사진은 북한에선 일명 ‘1호 사진’으로 불린다. 그리고 이 사진 중 유일한 홍일점이 최선희 제1부상이었다. 북한 당국의 엘리트 외교관과 당국자, 군인은 롤러코스터를 탄다. 김 위원장의 기분과 자신들의 성과, 때론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숙청과 승진이 갈린다. 최선희 제1부상은 1월, 숙청까지는 아니었지만 ‘실세에서 밀려났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당시 북ㆍ미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열린 북ㆍ미 실무협상에 최선희는 배제됐기 때문이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외무성의 최선희를 빼놓고 국무위원회 소속인 김혁철에게 실무협상 대표의 모자를 씌웠다. 지난해 1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성김 당시 미국 실무협상대표의 카운터파트로 활약했던 인물은 최선희다. 그런 최선희를 대신해 김혁철이 워싱턴에 갔다. 최선희는 대신 한국 정부 등이 주도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마련했던 남ㆍ북ㆍ미 3자 비공개 회담에 갔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중앙일보에 “최선희가 밀려났다고 보는 건 성급하다. 북한의 대미 외교는 최선희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지난 1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남북미협상에 참가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일행이 23일 귀국길 중간 경유지인 베이징공항에 도착,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최선희는 워싱턴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에선 제외되며 "힘이 빠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연합뉴스]1월 실무협상에선 밀렸지만 최선희는 북ㆍ미 정상회담 본게임엔 화려하게 복귀했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이 열리는 2월27~28일 직전 공개한 사진에 최선희는 김정은 위원장 바로 옆에 등장한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준비하면서 전략회의를 하는 모습이다. 여기에서 최선희는 김 위원장의 지시를 받는 모양새로 앉아있다. 김 위원장이 대미 외교 최전선에서 다시 최선희를 등용했다는 공식적인 시그널이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에 최선희의 주가는 오히려 더 상승했다. 결렬 당일인 2월28일, 밤 11시를 훌쩍 넘긴 늦은 시간, 최선희는 상관인 이용호 외무상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 호텔 로비에 등장했다. 기자회견을 위해서였다. 최선희 부상은 이 자리에서 “위원장 동지께서 이런 북ㆍ미 거래에 대해 좀 의욕을 잃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하노이 같은 수뇌회담 재현되는 건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말했다. 최선희의 말 그대로다. 최선희는 12일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외무성 부상에서 제1부상으로 승진했다. 2016년 간암으로 사망한 강석주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뒤를 잇는 명실상부한 후계자로 인증을 받은 셈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일 새벽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2019년 4월 현재 북한 외교의 상징적 존재는 최선희라는 데 이견은 찾기 어렵다. 미국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강경 스탠스에 최선희가 카운터 펀치의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최선희 제1부상이 김 위원장의 오랜 신임을 받아온 덕이다. 최선희는 김 위원장의 통역 역할도 했다. 최선희의 영어 실력은 탁월하다. 국제회의에서 그가 연설하는 현장을 목격했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영어 실력과 국제 매너가 모두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최선희는 성분도 탄탄하다. 최영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명예부위원장의 수양딸로 알려진 그는 평양의 금수저 격 배경을 갖고 있다. 여기에 업무적으로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특별 지도를 받았던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6자회담이 열리던 시절 북한의 수석대표로 김계관이 나왔을 당시, 최선희는 통역 자격으로 동행하곤 했다. 당시 현장에서 최선희를 목격했던 외교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단순 통역이 아니었다”라며 “자신의 의견도 녹여 통역을 발표하는 걸 보며 저 인물이 나중에 단단히 한 역할을 하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장관과 함께 전날 싱가포르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이 11일 트위터에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에서 실무회담을 하는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사진을 올리고 "북미 실무회담은 실질적이고 세부적이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북한 외무성이 18일 미국 담당 국장인 권정근 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대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데에도 최선희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두고 “아둔한 얼뜨기”라고 평했던 최선희 당시 부상의 논평이 나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1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시켰고, 이후 북한은 ‘막말’ 논평은 삼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폼페이오에 대한 표현은 “잠꼬대 같은 소리” “어리석은 계산” “자기의 인기를 올려보려고 획책” 등의 거친 표현을 동원했다. 최선희 제1부상이 다시 ‘독설 외교’를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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