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2700명 환경운동가로…BMW 전시장서 연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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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프랑스 사회가 과학자들의 기후행동을 반기고 있다

프랑스 과학계가 지구온난화와 생물다양성 위협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과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과학자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과학자 스스로 질문하며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글로벌 정유회사 토탈의 주주총회가 열린 2023년 5월, 이 회사의 화석연료 추출 사업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활동가 사이에서 하얀색 가운을 입은 무리가 눈에 띈다. 과학자들이다. 과학자가 과학자로서 행동에 나서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서기도 한다.

최근에는 프랑스 아브르 지역에서 액화천연가스 기지 건설을 막는 시위를 벌였다. 외국에서는 독일 뮌헨 베엠베 전시장에 전시된 자동차에 손바닥을 붙이는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과학자반란이 벌이는 환경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한다. 과학자반란은 세계 30여 나라에서 돌발 운동을 벌인다.또 다른 프랑스 과학자 모임인 ‘이 땅의 자연주의자’는 각자가 가진 역량을 지역의 생명보호 활동에 쓴다. 연구실, 공공기관, 비영리단체 등에서 일하는 과학자 1천여 명이 회원이다. 2023년부터는 단체가 마련한 온라인 창구로 회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이 땅의 자연주의자는 얼마 전 프랑스 되세브르 지역 이탄지에서 물을 빼가는 배수관을 막았다. 단체는 이 운동을 계기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에스이알 회원인 파스칼 바이앙 연구교수는 “공적 결정이 나태하게 이뤄짐에 위급함을 느꼈다. 우리의 행동방식은 그런 위급함에서 비롯됐다. 과학자들은 위기를 가장 먼저 본다. 10년 안에 지구 온도가 1.5도 상한을 넘길 위험이 있다. 공적 논의에 직접 뛰어들고 사람들을 목격자로 내세울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자 공동체에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있었던 기후이민 전문가 프랑수아 즈멘은 과학자들이 공적 논의에 참여하는 것을 좋게 생각한다. 하지만 몇몇 시위에서 “과학이 정치 행동주의로 이탈하는 경향이 보인다”며 그런 시위가 “기후행동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연극 형식의 시위는 대중의 관심을 쉽게 사로잡을 수 있다. 프랑스 리옹 고등사범학교에서 기후학자의 사회참여를 연구하며 박사학위를 준비하는 아나 코트레는 “대중에게 가장 크게 인상을 남긴 시위는 과학자들이 벌이는 운동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형식보다 내용에 집중하는 활동도 있다. 그런 활동은 사람들 눈에 덜 띈다”고 말했다.2018년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의 과학자들이 모여 만든 ‘아테코폴’에서는 고등교육·연구 분야 종사자 220명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아나 고트레는 “과학자가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지를 두고 과학자 공동체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는 해묵은 논쟁이다. 독일 사회학·경제학자 막스 베버는 1919년 책 에서 ‘가치중립’ 개념을 정리했다. 그는 과학자가 연구활동 등을 하면서 과학사실과 가치판단을 구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과학자의 사회참여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프랑스 사회 전체가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젊은 과학자들의 용기를 응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기가 쉽지 않다. 미국에서 과학자반란 회원으로 활동하는 로즈 아브라모프는 학회 참석자에게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다가 학회를 중단시켰다. 이 일을 계기로 일하던 연구실에서 해고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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