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태는 아주 눈치가 빨랐고, 귀신같은 녀석이었다. 종태 뒤만 따라다니면 먹을 게 생겼고 용돈도 챙길 수 있었다. 내가 처음 감자탕을 먹어본 것도 녀석 덕이었다. 📝박찬일(셰프)
인생은 낯선 여행지의 식당 메뉴 같은 거라고 했다. 메뉴판에 적힌 것과 달리 뭐가 나올지 모른다고. 우리는 보통 ‘꼬였다’고 했다. 인생 꼬였네. 군대 생활 꼬였네. 회사 생활 꼬였네. 꼬인 줄을 풀다 보면 어느새 삶은 풀 수 없는 실타래 같은 거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감자탕을 한 그릇 시켜놓고 소주를 마셨다. 그 꼬인 인생들을 생각하면서. 종태는 아주 눈치가 빨랐고, 귀신같은 녀석이었다. 종태 뒤만 따라다니면 먹을 게 생겼고 용돈도 챙길 수 있었다. 중학생 때였는데, 우리는 이미 성인영화를 섭렵하고 있었다. 종로 우미관 3층의 개구멍을 종태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YMCA 뒤편에 우미관이 있었는데, 종로 주먹이자 나중에 국회의원이 된 김두한이 출몰하던 그 골목 맞다. 우미관 건물 뒤편에 높직한 나선형 철 계단이 있었다. 아마도 비상대피용이었을 것이다.
일하는 사람에게 우미관 초대권을 구해서 갖다주면 양이 많아졌다. 용산역의 밤은 휘황했다. 그 거리 앞에는 감자탕집이 두엇 있었다. 그때는 업소용 커다란 22공탄 연탄을 화력 좋게 때서 그 위에 큼직한 양은 함지를 척 올려놓았는데, 맛있는 양념의 돼지뼈와 감자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지나가며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갔다. 종태는 그런 집도 용하게 알았다. “이런 데는 끝날 때 와야 돼. 그래야 고기를 많이 줘.” 종태는 어디서 구했는지 신문 몇 부를 겨드랑이에 끼고 들어갔다. 가난한 고학생 신문팔이 소년 코스프레였다. 사람들의 동정을 얻는 데 그만한 게 없었다. 과연 감자탕 뚝배기가 하나씩 놓이는데, 뼈는 별로 없고 고기가 수북했다. 밤 12시 통금이 있던 때라 얼른 다 팔고 가야 하는 게 주인 처지다. 감자탕은 오래 끓여서 판다. 시간이 흐를수록 뼈에 붙은 고기 조각이 함지 바닥으로 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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