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은 오스카에 왜 만만하게 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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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은 오스카에 왜 만만하게 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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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의 아카데미상 최종후보 탈락에 대해 '한국 영화 홀대'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편집자주‘수ㆍ소ㆍ문’은 ‘수상하고 소소한 문화 뒷 얘기’의 줄임 말로 우리가 외면하거나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문화계 이야기들을 다룹니다.지난 24일 오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제95회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 발표가 난 후 나온 현지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의 보도입니다. ‘헤어질 결심’이 국제장편영화상 후보 5편에 포함되지 않은 게 예상 밖이었다는 내용입니다. 버라이어티는 “국제장편영화상 후보 2편은 헤어질 결심’처럼 보다 차분하고 지적인 작품들보다 오스카로 가기에 더 확실한, 가슴에 호소하는 어린이 중심 서술 영화”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독창성이 두드러지고, 자세히 볼수록 숨은 재미를 찾아낼 수 있는 ‘헤어질 결심’이 상대적으로 불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헤어질 결심’이 오스카 가는 길은 꽤 넓어 보였습니다. 버라이어티는 ‘헤어질 결심’을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남녀배우상 등 주요 부문에 최소 2개 이상 후보로 오를 만한 영화 37편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다른 연예매체들도 비슷한 보도를 냈습니다. 특히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선 선두주자로 분류됐습니다. 영화 완성도와 더불어 5월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이라는 후광효과, ‘올드보이’와 ‘아가씨’ 등으로 쌓은 박 감독의 인지도 등이 작용했습니다. 미국에서 개봉하고 뉴욕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언론의 주목을 받던 시기이기도 합니다.어떤 경쟁이든 ‘기세’가 중요합니다. 오스카 레이스는 더욱 그렇습니다. 화제를 만들어내고 영화인들의 주목을 이끌어야 내야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등이 수백만 달러를 들이며 ‘오스카 캠페인’을 하는 이유입니다.

상복이 따르지 않기도 했습니다. 미국에는 지역별로 여러 평론가 단체가 있습니다. 이 단체들은 연말연시 지난 한 해를 정리하며 분야 별로 시상을 합니다. ‘헤어질 결심’은 플로리다영화평론가협회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외국어 영화상, 보스턴영화평론가협회 편집상, 시카고영화평론가협회 촬영상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습니다. 미국 연예산업 중심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평론가 단체에서 받은 상은 없습니다. ‘헤어질 결심’이 주류 영화인들 눈에 들지 못했음을 암시합니다. ‘기생충’은 로스앤젤레스평론가협회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 전미평론가협회 작품상과 각본상, 뉴욕평론가협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헤어질 결심’의 미국 배급사는 무비입니다. 동영상온라인서비스를 주업으로 하는 회사로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2007년 설립돼 고전영화와 최신 예술영화를 온라인으로 보여줘 왔습니다. ‘예술영화계 넷플릭스’라 할 수 있습니다. 무비는 2016년부터 극장 배급업에 뛰어들었고, 영화 제작까지 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아직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오스카 관련해서 별다른 성취가 없는 회사입니다. 퀸은 와인스틴 컴퍼니에서 쌓은 노하우로 ‘기생충’의 오스카 레이스를 이끌었습니다. 결과는 4관왕이라는 위업 달성이었습니다. 올해도 활약이 눈에 띕니다. 네온이 배급한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는 오스카 3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습니다.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는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입니다. 칸영화제 당시 ‘헤어질 결심’의 현지 평가가 더 높았다는 점이 새삼 떠오릅니다.아시아계의 약진이 ‘헤어질 결심’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 최다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국 영화이나 아시아 영화로 인식될 만합니다. 량쯔충과 키 호이 콴, 스테파니 수, 제임스 홍 등 아시아계 배우가 대거 출연했고, 공동 연출자 중 한 명인 대니얼 콴 감독은 아시아계입니다. 량쯔충은 여우주연상, 키 호이 콴은 남우조연상, 스테파니 수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각각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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