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에 태어난 '백말띠' 이화림, '파묘' 속 기센 여자들의 등장이 반갑다
파도 파도 재밌는 의 숨은 이야기, 그 안에 반전이 있었다. 누적 관객 수 851만 명 돌파, 어느덧 천만을 향하는 의 장재현 감독은 지난 13일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GV를 가졌다.서로 다른 세대 간의 화합을 그리고 싶었다던 장 감독은 캐릭터들의 나이 또한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했다. 여러 캐릭터 중 눈길을 끄는 건 이화림의 나이. 그는 1990년에 태어난 '백말띠' 여성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여아 낙태가 펼쳐졌던 해에 태어난 이화림이 하필 영화 속 유일한 여성 캐릭터라니. 이런 기묘한 우연이 또 없다. 어쩌면 태어나지 못했을 이화림, 이젠 그의 굿판이 구슬프게 들린다.1990년, 당시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그건"백말띠에 태어난 여자는 팔자가 사납다"는 속설이었다. 이 터무니없는 말은 남아 선호 사상을 더욱 부추겼고 결국 수많은 90년대생 여성들이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죽었다. 1990년에 태어난 신생아의 남녀 성비는 116.
호랑이띠, 용띠인 여자들도 팔자가 드세다고 하였기에 1987년, 1988년에도 대대적인 여아 낙태가 이뤄졌다. 기울어진 90년대생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절대 자연스럽지 않은 이유다. 도대체 팔자가 드센 것이 한 생명을 낙태할 이유가 될 수 있는가. 애초에 팔자가 드세다는 말부터 여성에게만 통용되는 표현이다. 흔히 남성이라면"자신감 있다","당당하다","멋있다"고 평가할 성격이 여성에겐"더러운 팔자"라는 모욕으로 일축된다. 극 중 이화림은 친절한 여성이 아니다. 무당이란 직업과 반대되는 풍수사, 장의사인 상덕과 영근에게 불만을 드러내고 자신보다 어린 남자 무당인 봉길에겐 엄격한 스승 같기도 하다. 시종일관 속내를 알 수 없는 이화림의 얼굴이 굿판을 위해 일그러졌다가, 그야말로 '신들린' 순간을 맞이할 때 관객은 그의 사나운 팔자 속에 함께 뛰어들 수밖에 없다.
의뢰인의 재산 때문인지, 안타까운 사연 때문인지 마음이 흔들린 화림이 상덕을 설득하게 되고 그때부터 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가 흘러가며 어느 인물이 위기를 맞이하거나, 다른 인물들이 흔히 말하는 '빌런'을 만났을 때 최전선에서 그들을 보호하고 진두지휘하는 역할은 화림이다. 핵심 캐릭터 중 여성 캐릭터는 화림 하나뿐인데 그 무게감은 결말 부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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